(부산=연합뉴스) 신정훈 오수희 기자 = "공장 마당에 (재고품을) 더 쌓아놓을 공간도 없습니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르노삼성차 차제 부속품 납품공장인 A사 공장의 10여평 남짓한 마당에는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 회사 공장장은 "지난달 말부터 르노 삼성차 1차 협력업체인 원청업체로부터 주문이 거의 끊긴 상태"라며 "르노 삼성차 의존율이 너무 높아 생산라인을 멈추고 조만간 7일 정도 휴업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GM대우와 현대차에 이어 르노삼성차마저 이달 24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조업중단과 함께 이달부터 생산라인 근무시간 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감산)키로 함에 따라 부산권(부산.김해.창원.양산) 협력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부산자동차부품조합 권승민 이사는 "부산권의 270여개 1,2차 협력업체를 비롯해 1천여개의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 중 현재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곳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며 자동차 부품업계에 휘몰아친 한파의 심각성을 전했다.
르노삼성차의 협력업체협의회 회원사 70여개 중 상당수가 이달 들어 조업단축 및 종업원 집단 휴가를 통한 조업중단에 들어간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GM대우 및 현대차 납품 1,2차 밴드 90여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비교적 덩치가 큰 이들 1,2차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3차 이하 소규모 밴드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르노 삼성차 1차 협력업체에 차체 프레스 물을 납품하는 부산 사하구 B사 사장은 "원청회사에서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으니 하청업체인 우리도 할 수 없이 생산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구조조정도 할 만큼 했다"며 "적자를 감수하고 하루하루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약없는 휴업에 들어가면서 회사 정문을 걸어 잠근 김해시 차체부품생산업체인 C사는 "원청업체로부터 르노삼성차가 생산량을 줄일 수도 있다는 통보를 최근에 받고 생산라인을 멈췄다"며 "100여명의 직원들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차체 부품 전문공장인 김해 소재 D사 공장장은 "감산계획을 미리 통보받고 중단한 생산라인만 전체의 40% 정도"라며 "르노삼성차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아 다른 돌파구 찾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자동차 엔진 관련 부품 납품 업체인 김해의 E사 사장도 "뭐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하고 어려운 상태"라며 "내년 초까지 르노삼성차의 감산이 이어지면 협력업체 상당수가 줄도산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사의 한 종업원은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밤낮없는 잔업과 특근을 불평할 정도였는데 하루아침에 일손을 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산.양산.김해.창원 등 부산.경남지역의 50여개 현대차 1차 협력업체들도 현대차의 잔업 및 특근 중단 방침에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10여개 현대차 1,2차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의 경우 업체들이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흉흉하다.
현대차에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기장군 정관면의 F사는 최근 1차 구조조정으로 40여명의 종업원을 명예퇴직시킨데 이어 2차 구조조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엔진 관련 부품업체인 G사는 지난달 말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협력업체들도 원청업체의 감산 여파로 일제히 목표 생산량을 낮춰잡고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는데 기장군 정관면의 범퍼 관련 제조업체인 F사는 내년 1.4분기 생산계획을 전년 대비 60% 정도로 설정하고 직원들에게 연월차 휴가를 가도록 독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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