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끄럽다. 빅3가 파산 직전에 몰려 있어서다. 정부에 손을 내민 빅3 CEO들은 읍소에 가까운 협박을 하고 있다. 빅3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의 자동차벨트가 무너질 경우 300만명 가까운 실업자가 발생하고, 미국 부품산업도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미국을 살리기 위해 빅3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 경제는 한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게 그들의 핵심 논리다.
얼마 전 외국의 한 유명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10년 전 집필한 "자동차전쟁"이라는 책을 읽었다. 자동차역사를 다룬 내용인데, 그 안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지금의 빅3 위기를 정확히 예견한 것이다. 요즘 주가와 환율을 족집게처럼 예측해 유명해진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에 견줄만 했다. 아니, 10년 후의 일을 내다봤으니 선견지명도 이 보다 더할 수는 없다.
그가 빅3의 몰락을 예견한 가장 큰 이유로 방만한 조직문화를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면서 "뱀 잡는 GM 문화"를 예로 들었다. GM 본사 사무실에 뱀이 한 마리 나타났다. 당황한 직원들은 뱀을 어떻게 처리할 지 생각하면서 일단 "뱀 처리 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외부 뱀 전문가를 불러 뱀의 종류와 성향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다. 그런 다음 위원회가 "어떤 성격의 뱀이고,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결정하자 이번에는 "뱀을 잡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다시 뱀 전문가를 불러 "어떻게 뱀을 잡으면 가장 효과적인지"를 들었고, 외부 땅꾼에게 그 처리를 맡겼다. 그렇게 해서 뱀 한 마리를 잡는 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또 한 가지 몰락의 이유로 석유을 꼽았다. 지난 80년대 초반 일본차가 북미시장을 두드릴 때 빅3는 정부에 일본차의 북미 진입을 막도록 조치했다. 관세를 무려 60%나 매기는 불공정 행위는 그 때 취했다. 기본적으로 효율에서 밀리는 빅3가 선택한 건 시장진입장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일본은 현지 생산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그렇게 시장이 뚫리자 빅3는 중동에 시선을 돌렸다. 미국 정부를 움직여 석유가 풍부한 중동에 큰 차를 파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마같은 대형차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미의 위기를 중동에서 해결했으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제아무리 중동에 석유가 풍부해도 중동 수요만으로 줄어드는 북미 수요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이 때 빅3가 선택한 건 공장폐쇄였다. 제품군의 변화보다 공장폐쇄로 생산을 줄이는 쪽에 치중했다. 어떻게든 팔리는 차를 만든 게 아니라 안팔리는 차의 공장을 줄여 몸집을 유지했다. 그렇게 주변에서 제품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쳐도 워낙 큰 차에 익숙해 있던 탓에 작은 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셈이다. 저자는 그런 이유로 미국 빅3는 계속 큰 차를 고집할 것이고, 언젠가는 파산위기에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제품변화라는 효과 좋은 약이 있음에도 스스로 병을 키우는 곳이 바로 빅3라고 주장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지금 빅3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이 아니라 제품군이다. 퇴직자에 대한 연금 및 의료보험료 지불 등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근본처방은 극단의 제품변화에 있다. "미국 사람의 손이 커서 작은 차를 만들지 못한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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