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3에 대한 금융구제를 놓고 외국 메이커의 생산거점이 모여 있는 남부와 빅3가 집중된 중서부지역 간 대립이 뜨거워지고 있다.
남부지역 공화당 의원들은 구제법안 반대를 주도하고, 빅3에 외국 메이커와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인하를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 같은 지역 간 미묘한 감정이 구제법안을 무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오만불손한 경영으로 망하기 일보직전인 기업을 선량한 납세자들이 떠맡을 수 없다”며 공화당 매코넬 상원 원내총무는 지난 11일 열린 상원 본회의에서 이미 하원이 가결한 법안에 반대했다. 매코넬의 지역구인 켄터키주는 토요타의 대규모 조립공장이 종업원 7,000여명을 고용하고 있어 그의 발언과 행동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은 날, 빅3가 가진 채무를 대폭 삭감하는 내용 등을 지우는 수정안을 밥 코거 상원의원이 의회에 제출했다. 코거 의원의 지역구인 테네시주에도 닛산의 북미 본사와 생산거점이 있다. 최근에는 폭스바겐 공장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을 확실히 하려면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연방 파산법 11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의 지역구 앨라배마주 역시 혼다, 벤츠, 현대자동차 공장과 토요타의 엔진공장이 있다.
오하이오주, 미주리주, 미시건주 등 빅3의 생산거점이 위치한 중서부주의 공화당 의원들은 금융구제 찬반이 “당파뿐만이 아닌 지리적인 분열”이라는 의견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고, 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빅3와는 다르게 외국 메이커들이 미국 남부에 집중된 이유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중서부지역보다 비교적 임금이 싸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지가 분석했다. 실제 이번에 남부 공화당 의원들이 문제삼은 것도 바로 임금격차다. 노조와의 협약으로 퇴직자를 포함한 의료비나 해고자의 실업임금을 부담해 온 빅3의 평균 인건비는 외국 메이커보다 3할 이상 높아서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의 론 게틀핑거 위원장은 "외국 메이커의 경우 이미 각 주로부터 거액의 보조금을 받아 왔다"며 빅3의 구제금융 요구를 정당화했다.
한편,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구제 반대에 지역구의 외국 메이커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추궁 당했으나 “우리 주에 GM이나 포드의 공장이 있다고 해도 반대한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남부 지역의 외국 메이커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 보고 있는 중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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