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송진원 기자 = 최악의 불황이 중고 자동차 시장을 덮쳤다. 타던 차를 처분하려는 사람은 부쩍 늘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끊겼다. 기름값과 할부금 걱정에 새차가 헐값에 쏟아져 나와도 가져 가려는 사람이 없다. 돈이 돌지 않고 재고 차량만 쌓이다 보니 중고차 딜러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문을 닫는 매매상도 늘어나고 있다.
기자는 9일 오후 전국 최대 규모의 중고차 매매시장인 장한평중고차시장을 찾아가 봤다. 중고차 매매상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시장 입구에서 애타게 손님을 부르고 있었지만 그의 손짓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남성에게 요즘 경기를 묻자 "제로가 아니라 아예 마이너스로 보면 된다. 차량 매입과 매도가 전혀 없다"며 거듭 손사래를 쳤다.
건물 4개 동에 입주한 150여곳의 중고차 매매업체가 근처 공터에 중고차 수백여대를 세워두고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손님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시장 한쪽에서 만난 다른 중고차 딜러 이모(43)씨도 시장 근황에 대해 "죽을 맛이다. 정말 최악이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20년째 장한평에서 중고차 매매를 하고 있다는 그는 "차가 팔려야 물건을 들여올텐데 도무지 사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서 "차 좀 팔아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이제는 무서워 보일 정도"라고 했다.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가게마다 거래가 눈에 띄게 줄더니 순식간에 반토막이 됐고 연말에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1980년 장한평중고차시장이 문을 연 이후 영업 실적이 최악이라는 게 중고차 딜러들의 얘기다. 매매상 김모(56)씨는 "지난해 7월부터 한달에 한대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9월부터는 한대도 못 팔고 있다. 가끔 단골이 찾아와 입에 풀칠을 하고는 있지만 신규 고객이 단 한명도 없다"고 푸념했다. 장한평자동차매매사업조합 홍득표(40) 과장은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버렸다고 보면 된다. 매우 암울한 수준이다"면서 "매매상들이 가게를 내놓고 떠나고 싶어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보니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원화가치가 폭락했던 외환위기 때에는 외국 중고차 수입업체들이 이 곳을 찾아 차량을 대량 구입해 가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이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고차 매매업자 강경수(72)씨는 "지금에 비하면 10여년전 외환위기 때는 차량을 대량 수출할 수 있어 오히려 기회였다"면서 "지금은 전 세계적인 불황이라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장한평 이외 지역에 있는 소규모 중고차매매상들은 더욱 힘겨워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중고차매매상의 경우 매출액이 예년 수준의 20%까지 떨어졌다. 거래가 없다보니 "앉아서 손가락을 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매매업체는 강북권에서는 손꼽히는 곳이고 딜러만 70여명을 두고 있으나 최근 심각한 영업난에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원 중 30%가 한 달에 자동차를 단 한 대도 못 팔 정도로 실적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젊은 딜러 중 상당수는 다른 살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차를 사고 싶어도 뒤로 미루고 모두가 지갑을 닫고 있어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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