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질곡의 역사 이제는 되풀이 말아야

입력 2009년01월1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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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의 역사다. M&A, 기업회생, 다시 M&A 그리고 또 다시 기업회생. 불과 10여년의 세월동안 쌍용자동차가 걸어 온 길이다. 지난 86년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뒤 체어맨 등을 내놓고 빛을 보는가 했더니 희망은 신기루처럼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다시 와신상담하며 대우그룹에 팔렸으나 영광은 한순간이었다. 그래도 꿈을 놓지 않고 내달렸지만 이번에는 상하이자동차가 회사를 팽개쳤다. 그리고 다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쌍용 관계자는 이런 하소연을 한다. "파산" 빼고는 모든 걸 경험했다고. 씁쓸한 말이지만 그의 한 마디에 쌍용차의 오랜 애환이 담겨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 노조가 총파업을 가결했다. 그러나 그래봐야 얻어낼 건 전혀 없다. 파업은 압박수단인데, 압박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운운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래서 노조도 파업보다는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쪽으로 투쟁방향을 가다듬었다고 발표했다.

사실 쌍용사태는 채권단이 상하이차에 주식을 넘길 때부터 충분히 예견했던 일이다. 상하이차가 한국 자동차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불보듯 뻔하다. 현대자동차가 해외 선진메이커 한 곳을 인수했더라도 상황은 같았을 것이란 얘기다. 필요한 것만 취하면 됐지, 인수 국가의 자동차산업에는 관심이 있을 이유가 없다. 특히 중국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내수시장이 버티고 있어 중국업체로선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생존이 가능하다.

현 사태는 결국 상하이차에 쌍용을 넘긴 데서 빚어졌다. 물론 주식을 판 채권단도 할 말은 있다. 국내에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해외업체를 모색했고, 상하이차가 적정 가격에 사겠다고 나섰으니 채권단으로서는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중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잘못을 막고, 판을 조정하는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 온 정부가 이 같은 사태를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음에도 묵인한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중요한 게 쌍용차의 처리방법이다. 노조는 임금삭감은 감수하겠지만 고용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못을 박았다. 법원은 실사를 거쳐 회생 가능한 기업인 지, 아니면 파산이 나은 지 결정할 태세다. 물론 채권단은 법원 판단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일부에선 기업회생절차와 제3자 매각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매각을 한다니 여기저기서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 어느 누구도 쌍용차를 흡수하기란 버겁다. 그나마 디젤 SUV 제품군이 부족한 르노가 르노삼성을 통해 매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그러나 가능성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대형차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 르노도 주판알을 튕겨봐야 한다.

같은 관점에서 타타자동차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 타타상용차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데다 최근 랜드로버를 인수하며 프리미엄 SUV시장에 진출했다. 여기에 재규어와 같은 프리미엄 세단도 있다. 따라서 대형 세단과 중·대형 SUV 제품군을 지닌 쌍용이 탐날 만하다. 타타가 인수할 경우 타타상용차와 쌍용차,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묶어 한국 내 새로운 자동차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 오히려 재규어와 랜드로버차를 쌍용이 위탁 생산, 공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역시 시나리오일 뿐이다.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적어도 파산은 면해야 한다. 노조도 고용유지만 바랄 게 아니라 어느 조합원의 말처럼 필요하면 훗날 복직을 전제하더라도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나 채권단 모두에게 "밑빠진 독에 물넣기"라는 인식을 준다면 희망은 없다. "강성 노조"가 아니라 "유연 노조"임을 보여주라는 얘기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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