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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락전과 3층 석탑. |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있는 작은 절 인취사는 연꽃으로 유명하다. 연꽃이 피는 7~8월이면 인취사가 자리한 학성산 기슭은 온통 연꽃향기로 가득하다. 이 때면 시인묵객과 국악인, 다인(茶人)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를 짓고 노래하며 백련차를 나눠 마시는 백련시사회도 열린다.
절에서는 연꽃이 아주 귀하게 여겨지는데, 극락전을 조성하는 사찰에서는 연못을 만들고 그 곳에 연꽃을 심는다고 한다. 인취사의 연꽃은 오랫동안 이 곳의 주지스님이었던 혜민스님이 30여년에 걸쳐 조성했다.
1970년대초 진입로조차 풀로 덮였던 이 절에 주지로 온 스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꽃씨와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당시 심었던 절 입구의 목련이 이제는 굵은 가로수로 자라났고 주변엔 옥잠화, 비비추, 물양귀비, 대나무가 빙 둘러 있다. 연꽃이 뿌리를 내리게 된 건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이 선물한 백련 한 뿌리에서 시작됐다. 그 후 각종 연꽃 모종을 보존해 온 주지스님의 정성과 열정이 오늘의 인취사 연꽃을 일궈냈다. 특히 이 곳에는 붉은색 하나없이 순백의 백련만 모여 있는 연지를 따로 조성해 정갈하고 고귀한 연꽃의 참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겨울에 찾아간 인취사는 그러나 삭막했다. 연꽃이 진 자리에 새하얀 서리가 내렸고, 중창중인 절집엔 망치소리가 드높았다. 기단이 깨어지고 무너진 3층석탑은 천덕꾸러기처럼 요사채 옆으로 옮겨져 있었다. 찾는 이도 한동안 없었던 것일까, 낯선 이방인이 등장하자 물어뜯을 듯 짖어대던 개들이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턱을 괴고 심드렁히 바라본다.
조망도에 나와 있는 불사가 완공되면 인취사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극락전과 요사채가 자리한 지금의 절집은 어수선한 공사현장 한쪽에서 초라하기 그지없다. 자료에서 찾아본 인취사의 모습 또한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인취사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됐다고 하는데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 고려시대 때 개창해 조선 중기에 규모를 갖췄다고도 하는데 그 후 쇠락해 지금의 모습은 퇴락한 후의 잔존물로 추측한다.
경내에 남아 있는 삼층석탑 2기는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 1기는 지방문화재 자료 235호로 지정돼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기단부가 내려앉고 옥개석이 손상된 탑의 모습은 모진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한다.
절 오른쪽 아래로, 한여름이면 연꽃으로 가득할 연못은 얼음으로 뒤덮였다. 800여 평 남짓한 연못은 얼음 속에 연꽃이 진 흔적을 화석처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말라비틀어진 꽃대궁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삭막한 풍경 너머로 올여름 가득 피어날 연꽃의 모습도 그려진다.
*맛집
아산의 문방리는 민물장어촌이다. 이 곳에 있는 옛날돌집장어집(041-533-6700)은 20년 넘는 세월동안 장어요리를 전문으로 해 온 음식점이다. 지난 88년 문을 연 이후로 한결같은 솜씨로 손님들을 단골로 만든다. 이 집은 살아있는 장어를 즉석에서 잡아 산 채로 참숯불에 구워내는데, 처음에는 간장소스로 굽다가 마지막에 고추장소스로 맛을 내는 게 특징. 강화산 순무김치와 깻잎장아찌, 풋고추지, 도토리묵 등 장어구이에 나오는 토속적인 밑반찬도 맛있다.
*찾아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천안IC로 나와서 온양쪽으로 좌회전한다. 21번 국도를 타고 온양역을 지나 순천향대학쪽으로 계속 가다가 신창면 읍내리 3거리에서 신창마트쪽으로 우회전한다. 볼링장을 지나 좌회전해서 가다 보면 왼편에 인취사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후 갈래길에서 우회전 그리고 좌회전해 들어간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