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최근 다소 충격적인 액수의 가격을 인상한 건 "엔고" 때문에 차를 팔수록 손해를 많이 보는 특이한 현상이 계속된 결과다. 그렇다면 다른 일본업체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엔화는 최근 세계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주 사상 최고치인 100엔 당 1,600원을 돌파하더니 현재는 1,500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1년6개월새 40%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들여오는 품목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물건을 수입하는 데 1년6개월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비용이 더 든 셈이다. 수입원가가 늘어난 것.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일본업체는 미국이나 유럽업체와 달리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그 때 그 때 주문상황에 따라 차를 수입하다보니 현재의 환율폭탄을 고스란히 맞아 왔다. 여기서 가격인상 요인이 생겼다.
처음으로 칼을 빼든 업체가 혼다였다. 이미 1월에 3% 정도 차값을 올린 혼다는 지난 2일 전 차종에 걸쳐 평균 13.85%나 가격을 인상했다. 이 인상률도 수입사인 혼다코리아가 손해분을 상당히 흡수했다는 설명이다. 혼다가 총대를 메야 했던 이유는 지난해 판매 1위를 독주했을 만큼 판매대수가 많아 그에 따른 환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서다. 실제 이 회사는 가격인상 전 차 1대를 팔 때마다 최대 1,500만원까지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혼다는 올들어 수입을 억제해 딜러의 판매를 조절하는 기이한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딜러의 생존을 위해 무조건 판매를 제한할 수는 없었던 게 혼다의 속사정이다.
혼다는 가격인상 후 다른 업체들이 쫓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혼다 외에 다른 업체가 가격을 계속 고수할 경우 자칫 혼다에게만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 업계는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환율에 의한 가격정책 변화는 환율이 안정세를 찾았을 때를 감안해야 하는 탓이다. 가격인상에 대해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진 않으나 ‘적극 환영’의 입장도 내세울 수 없는 이유다.
혼다를 제외한 일본 브랜드 모두가 혼다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혼다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닛산의 경우 국내 진출시점이 최근이어서 벌써 시장에 연착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이다. 다만 국내에서 몇 년간 적응한 인피니티는 인상을 고려중이다. 전 차종에 걸친 인상은 아니고, FX와 G시리즈를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여기에 더해 일본 본사의 구조조정 여파로 최근 국내에서도 닛산과 인피니티 조직의 통폐합을 단행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토요타는 가격인상에 대해 아직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토요타 브랜드의 국내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가격인상으로 불필요한 구설수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토요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최근 발표한 렉서스 RX350의 판매가격을 구형에 비해 550만원이나 올렸다. 첨단 기능을 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새 모델을 들여오며 환율을 반영하는 게 토요타의 전략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국내에 진출하면서 랜서 에볼루션의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비판을 들은 적이 있는 데다, 아직 시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 가격인상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업체들과 달리 재고가 많았던 미국이나 유럽업체들은 현재는 가격을 지키거나, 오히려 재고를 없애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들을 내걸고 있으나 재고가 바닥나 추가로 제품을 들여올 때는 고환율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더구나 원화로 차값을 결제하는 일부 업체들도 본사에서 더 이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통보하는 상황이어서 올 여름께부터는 업계에 차값인상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우선 폭스바겐이 페이톤을 비롯한 일부 차종의 가격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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