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도, 절집에도 봄빛이 넘친다

입력 2009년03월1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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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묘한 분위기다. 동해 남단,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로 유명한 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에 자리한 해동용궁사를 마주하고 선 첫 인상은 그랬다. 수도정진하는 도량이라고 하기엔 주변 분위기가 지나치게 북적거리고, 사람들로 붐빈다. 절집으로 가는 진입로는 기념품과 갖가지 먹거리 행상으로 좁은 길을 더욱 좁게 만들었고, 걷는다기보다 뒷사람에게 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형상일 만큼 절집을 찾는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날 봄볕이 유난했기 때문이라면 할 말이 없다. 모처럼 제색깔을 띤 화사한 봄빛은 누구도 그냥 집안에 뒹굴게 내버려 두지 않았으니.

비룡상


주차장에서 절집 입구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진입로를 가까스로 빠져나오자 또다른 생경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왕릉 주변에서나 봤던 석상이 절 입구에 길게 도열해 있다. 12지석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 곳이 유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12석상마다 그 앞에 빠짐없이 놓여진 불전함. 그 뿐인가. 교통안전기원탑에, 황금칠을 한 일주문, 용문석굴 등 좋게 말하면 이 곳에만 있는 유일한 것들이고, 달리 표현하면 보통의 절집에선 볼 수 없는 생소한 모습들이다.



바다를 마주한 용궁사
용문석굴을 지나 108돌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면 드넓은 동해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용궁세계로 들어서는 듯하다. 발 아래 검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에 자리한 절집은 말 그대로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내내 수상(?)하게 느껴졌던 절집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보내는, 그야말로 수상법당(水上法堂)의 면모다.



해동 용궁사는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이 곳에 나타났다고 믿는 관음성지로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한국의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현대적인 분위기와 달리 절의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구의 십이지석상


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창건해 이어져 온 절로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930년대초 근 300여년만에 통도사 운강화상이 중창했다고 한다. 이런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흔적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건 1974년에서야 이 곳이 관음도량으로 복원됐고, 대웅전은 생생하고 화려한 단청이 말해주듯 2007년에 재건축된 때문이리라. 대웅전 옆에, 온통 황금칠을 한 포대화상이 불룩한 배를 드러내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뭘 그런 걸 시시콜콜 다 따지냐고 하는 듯하다. 포대화상은 108계단 초입에도 서 있다. 배를 만지면 득남한다는 소문이 있어서인지 화상의 불룩한 배는 사람들의 손때로 새까맣다. 역시 그 앞에도 예외없이 불전함이 놓여 있음은 물론이다.



해수관음대불
대웅전을 돌아 절 뒤편으로 오르면 해수관음입상이 동해를 바라보며 참배객을 맞고 있다. 이 곳에 서면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 동해는 물론 절집 구석구석에 있는 여러 조각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나타낸 용상이 선명하게 보이고,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불사리 7과를 봉안한 사자 3층석탑, 해안가에 세워 놓은 돌탑도 눈에 띈다.



해변 산책로를 따라가면 방생터와 동해 일출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해돋이바위, 그 바로 옆에 지장보살상이 자리하고 있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에 옷을 적시기도 할 만큼 바다가 가까운 곳이다. 그 바다에도, 용궁사에도 봄볕이 넘쳐나고 있는 날이었다.

화려한 단청


*맛집

송정해수욕장에서 용궁사로 가는 길목에 곰장어구이로 유명한 공수마을이 있다. 기장곰장어(본점:051-721-2934)는 4대에 걸쳐 곰장어 전문요리점으로 유명한 곳. 생솔잎, 짚불, 양념, 소금구이 곰장어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황금빛 포대화상


*가는 요령

부산 해운대에서 달맞이고개를 넘으면 송정해수욕장이 나오고, 여기에서 입구 철길을 건너면 해수욕장 좌측으로 용궁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동백꽃 어우러진...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득남불
절집 앞바다의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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