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전기차를 서둘러 상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럽과 북미에서 미래 친환경차로 잇따라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어서다.
전기차 조기 상용화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아 각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 실제 유럽 내 스포츠카메이커들이 전기 슈퍼 스포츠카를 만드는 이유도 하이브리드카만으로는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카 내에서 전기의 역할이 커진다는 점에 비춰 하이브리드카를 뛰어넘어 전기차를 앞다퉈 만들어내고 있다.
다음은 비용이다. 지난해 전기차 일반판매를 시도했던 국내의 한 전기차제조사는 하루 8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월 전기료가 1만5,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월 30만~40만원에 달하는 현재의 기름값은 그대로 남는 돈이 된다. 물론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를 화석연료로 만들어내기에 100%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으나 효율면에서 내연기관보다 전기가 우수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전기차 도입이 쉽지 않은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전기차 상용화에 따른 세수 감소다. 화석연료에 부과하는 각종 세금이 사라질 수 있어 정부도 고민이다. 둘째는 전기 사용주체다. 공동주택에서 전기를 쓸 때 누가 전기료를 내느냐는 것. 마지막으로 충전의 번거로움과 긴 충전시간이다. 전기차는 통상 4시간 정도 충전해야 주행이 가능한 만큼 장거리 이용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세수 감소와 충전의 경우 자동차용 전기 충전장치를 만들어 해결하면 된다. 즉 자동차 전기에 일정한 세금을 매기면 된다는 얘기다. 또 충전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한 자동차회사는 15분만에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휴대전화처럼 배터리의 진화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은 전기차 상용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쨌든 우리 정부는 전기차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를 마친 상태다. 누구든지 만들어 팔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기차메이커들의 규모가 크지 않아 일반판매용 전기차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존 자동차회사의 진출이 절실하다. 어느 업체든 먼저 만들어 판매하면서 부족한 제도를 보완하자는 얘기다. 미국 GM은 내년에 시보레 볼트 전기차를 내놓는다. 호주 홀덴도 2012년부터 볼트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다. 독일 오펠은 전기 SUV를 개발중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전기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선진업체들의 주도권 다툼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본의 하이브리드카에 밀린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위상을 전기차로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어차피 하이브리드카에서 전기의 역할이 커지는 마당에 굳이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전기차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한국은 뒤늦게 하이브리드카를 만든다고 야단이다. 하이브리드카시대가 서서히 결말을 향해 가는 마당에 하이브리드카에 진출하는 셈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전기차에 매진한다면 적어도 흐름에서 뒤지지는 않을 수 있다. 남들이 하이브리드카를 할 때 "그 걸 왜 하느냐"고 무시했다가 이제서야 바삐 서둘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전기차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야 한다. 더불어 북미와 유럽이 전기차로 돌아서는 점에 비춰 수출을 위해서라도 전기차는 이제 필수과제가 됐다.
물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국내업체들도 높은 편이다. 국산차업체들의 전기차 대응전략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GM대우는 GM의 볼트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출시 여부를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전기차 상용화가 흐름이 된다면 볼트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는 기존 전기차업체의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전기차업체의 생산시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실제 현대는 국내 모 전기차업체의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그나마 국산차업체들도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 전기차의 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야 한다.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회사도 자동차 충전망 확보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우리가 서둘러 전기차 인프라를 갖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수출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이브리드카는 늦었으나 전기차는 앞서가자는 얘기다. 그래야 한국도 진정한 자동차선진국 반열에 올라서 세계 업계를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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