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지난 1일부로 일부 차종의 판매가격을 올렸다.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인해 일본차업체들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한국닛산은 이 사실을 감추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건 물론 아직도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기자는 지난 3월27일 닛산의 한 영업사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은 무라노와 로그의 가격이 올라갈 예정이니 구입 예정자들은 가격인상 전에 차를 사라는 판촉 메시지였다. 기자는 해당 딜러에게 연락해 인상금액과, 가격인상 일자가 4월1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곧바로 한국닛산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닛산 관계자는 “결정된 바 없다"며 "딜러들이 판촉 차원에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본사에선 가격인상에 대해 아무 계획도 없는데 딜러가 단독으로 인상금액과 일자까지 정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사기"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닛산이 며칠 후면 드러날 사실을 속이는 것 또한 이해되지 않아 기자는 3월28일 딜러가 알려준 사실과 한국닛산측 해명을 동시에 게재했다.
4월1일이 되자 일부 언론매체가 닛산의 가격인상을 보도했다. 그 만큼 일본업체들의 판매가격 인상은 뜨거운 뉴스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해당 기사들을 보면 한국닛산측 발표자료를 인용한 게 아니라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형식을 띠었다. 실제 한국닛산도 보도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닛산에 재차 확인했더니 "일부 차종만 판매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회사 정책 상 공식 발표는 없고, 오토타임즈 보도 후 확인을 원하는 기자들에게만 사실을 알렸다"고 해명했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두 차례나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 때마다 언론에 보도자료를 냈다.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존중해서다. 두 번째는 다소 비난을 받을 수 있을 만큼 큰 폭의 인상이었고, 더구나 1월에 이어 2개월도 안돼 가격을 또 인상한다는 부담이 있었음에도 이를 감추지 않았다. 같은 일본회사임에도 두 회사가 이렇게 차이나는 건 왜일까. 1등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차이일까. 어쨌든 혼다의 자세가 그 동안 수입차업체들의 일반적인 경향이었기 때문에 칭찬받을 일도 아니지만 닛산 덕분에 혼다는 더 바람직한 회사로 인식되게 됐다.
한국닛산은 본지의 첫 보도 후 확인에 들어간 기자들에 한해서만 사실을 알려줬으니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렇다면 본지의 보도가 없었다면 가격인상이란 사실 자체를 묻어버렸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닛산은 당초 "국내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안착을 위해 가격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 왔다. 그러나 이번에 결국 가격을 올렸다. 발언을 손바닥마냥 손쉽게 뒤집은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이 더 찜찜했다. 닛산의 이 같은 "눈 가리고 아웅"식 처사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요즘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환차손에 시달리는 수입차업계의 고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일례로 가격을 크게 올린 혼다를 놓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질책보다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반응이 많았다. 혼다는 이로 인해 판매에는 큰 타격을 받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다치지 않았다. 닛산의 이번 가격인상도 결국은 환율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솔직하게 모든 걸 공개했더라면 이렇게 거짓말쟁이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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