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취한 천년고찰, 꽃보다 아름다워

입력 2009년04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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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대웅전.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하동~구례 간 국도 19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특히 그 길 양쪽으로 늘어선 수만 그루 벚나무가 꽃을 피우는 봄날엔 기나긴 벚꽃터널을 이뤄 전국의 상춘객이 때를 놓칠세라 몰려드는 곳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긴 자동차행렬은 올해도 어김없이 하동포구 80리 꽃길을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바꿔 놓았다. 해마다 치르는 난리 때문인지 하동군은 이 길을 4차로로 넓히는 확장공사를 추진중이다. 섬진강변 일부가 매립되고 봄날을 황홀하게 수놓는 아름다운 꽃길이 훼손되는 이 공사를 두고 많은 이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밀어붙이기식 공사가 강행되면 국도 19번의 낭만은 조만간 추억 속으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진감선사대공탑비.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벚꽃놀이 인파가 물러난 섬진강변은 지금 물오른 봄날이 펼쳐지고 있다. 화개장터에서 시작해 십리벚꽃길이 끝나는, 지리산 남쪽자락에 자리한 고찰 쌍계사에도 봄빛이 가득하다. 봄꽃을 놓친 상춘객이 아쉬움을 다독이며 늙은 절집으로 들어서다 절 마당에 흥건한 봄빛에 대책없이 취한다.



마애여래좌상.
쌍계사(雙磎寺)의 역사는 천년도 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성덕왕 21년(722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삼법이 당나라에서 선종을 이끌었던 혜능의 머리뼈를 가지고 귀국해 꿈의 계시를 좇아 절을 지은 것에서 유래한다. 그 뒤 문성왕 2년(840년)에 진감선사가 퇴락한 절터에 옥천사라는 대가람을 중창하고 선종과 범패를 널리 보급했다. 신라 정강왕은 진감선사의 높은 도덕과 법력을 기려 887년 "쌍계사"라는 사명을 내렸고, 그 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지금의 절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인조 10년(1632년)에 벽암대사가 다시 세운 것이다.



쌍계사에는 국보인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47호)를 비롯해 여러 보물과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대웅전 앞뜰에 있는 진감선사대공탑비는 신라 정강왕이 진감선사(774~850년)의 덕을 기려 세운 것으로, 비문의 글씨는 당대 최고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의 친필이다. 그런데 쇠판을 댄 비신은 금이 가고 총탄을 맞은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수난의 우리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임진왜란 때 왜병의 칼에 금가고, 6.25전쟁을 거치며 비신에 총탄자국을 남겼다. 그러나 이 비문은 우리나라의 불교사·불교사상사·선종사 등의 연구에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쌍계사의 유래 및 불교음악인 범패가 언제 들어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는 연구자료로 가치가 매우 높다.

팔영루와 9층석탑.


대웅전 동쪽 경내에 있는 여래좌상의 소박한 형상도 눈길을 끈다. 큰 암석 한 면을 움푹 들어가게 파내고 그 안에 여래좌상을 두껍게 양각했다. 두 손을 팔소매에 넣고 지그시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여래좌상의 모습이 마치 봄볕을 즐기는 듯하다.



나한전 담벼락.
차와 인연이 깊은 쌍계사는 일주문 못미처 차시배추원비가 세워져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처음 차나무 씨를 들여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쪽 줄기에 심었다고 하는데 그 곳이 바로 이 곳 쌍계사와 화개계곡 일대라고 한다. 마을 차밭에도 차 시배지 기념비가 있다.



*맛집

일주문 앞 다리.
쌍계사 입구에 위치한 쌍계수석원식당(055-883-1716)은 영양돌솥밥이 자랑이다. 지리산에서 농사지은 쌀, 차조, 검은콩, 빨간콩, 파란콩, 검은쌀, 쑥쌀, 대추, 밤 등을 넣어 돌솥에 밥을 지어 고사리, 취나물, 버섯, 토란대, 토종고추장, 참깨, 들깨 등을 섞어 직접 짠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식당 안에 수석 3,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어 수석감상도 겸할 수 있다.



*가는 요령

찻집의 주전자 조형물.
전주 방면에서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전주에서 남원쪽 국도 17호선을 거쳐 남원에서 국도 19호선을 이용한다. 구례를 거쳐 지방도 1023호선의 우측편 화개면 사무소에서 5㎞거리.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마산 방면에서 올 경우 하동 IC에서 빠져 남원 방면의 국도 19호선을 이용해 계속 가면 하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약 17㎞ 지점에 화개가 나온다. 이 곳에서 오른쪽으로 난 지방도 1023호선을 타고 6㎞ 정도 더 달리면 쌍계사 입구인 쌍계교가 나온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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