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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관촉사. |
거대한 미륵불이 환한 미소를 보인다. 세상이 온통 벚꽃에 휩싸였을 땐 느끼지 못했던 미소다. 꽃이 진 자리에 피어난 미륵불의 미소가 꽃보다 더 환히 세상을 밝힌다. 충남 논산시에 있는 관촉사 미륵석불의 미소다.
반야산 기슭에 자리한 관촉사는 고려 우왕 12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하지만 절 자체보다 이 곳은 "은진미륵"으로 불리는 거대한 석불로 더 유명하다. 국내 최대 석불인 은진미륵은 높이가 18.2m, 둘레 9.9m, 귀의 길이만 3.3m에 이른다. 고려 광종 19년(967)에 착공, 38년 뒤에 완성됐다는 이 거대한 석불이 만들어지는 데 어찌 전설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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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전. |
고려 때 한 여인이 반야산에 고사리를 꺾으러 갔다가 아이 우는 소리를 듣게 됐다. 깊은 산중에서 나는 아이 우는 소리가 괴이해 가봤더니 아이는 없고 거대한 바위가 땅 속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이 소문은 조정에까지 퍼졌고, 광종은 당시 최고의 고승이던 혜명스님에게 그 바위로 불상을 조성케 했다. 스님은 100여 명의 석공을 동원해 38년만인 목종 9년(1006)에 마침내 불상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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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미륵석불. |
문제는 불상의 몸통과 머리를 따로따로 만들었기 때문에 몸통 위에 머리를 올려 놓을 방법이 없었다. 혜명스님은 답답한 마음에 마을로 내려갔다. 어느 마을을 지나가던 스님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진흙을 가지고 불상을 만들며 노는 어린이 두 명의 행동이 그의 발길을 잡았다. 아이들은 불상 몸통 옆으로 비스듬히 흙을 쌓아 놓고, 불상의 머리를 굴려서 몸통 위에 쉽게 올려 놓는 것이었다. 스님은 자신의 무릎을 내리치며 서둘러 절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불상의 머리를 거대한 몸통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
뒷날 사람들은 이 두 어린이를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혜명스님을 깨우치기 위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또 신기로운 건, 불상의 머리를 몸통에 올려 놓자 하늘에서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려 흙묻은 불상을 깨끗이 씻어줬고, 깨끗해진 불상의 이마에서는 상서로운 빛이 나와 먼 곳으로 뻗어나갔다고 한다. 중국의 고승인 지안스님이 그 빛을 따라 배를 타고 고려땅 논산(당시에는 "은진"이라고 불렸음)으로 찾아와 그 빛이 마치 광명의 촛불같다고 하여 절의 이름을 관촉사(灌燭寺)라 부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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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각 오르는 길. |
몸통에 비해 얼굴이 강조된 은진미륵불은 전체적인 균형미는 떨어지지만, 고려 초기에 이 지방에서 유행한 불교 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보물 제218호). 미륵불 앞에는 꽃봉오리 모양이 선명한 석등(보물 제 232호)과 배례석(충남 유형문화재 제 53호) 등의 문화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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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등. |
이 밖에도 경내에는 대웅보전과 관음전, 삼성각, 명부전, 사명각, 현충각 등이 있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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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봄날. |
강경읍 세도나루터에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소문난 황복집 황산옥(041-745-4836)이 있으나 관촉사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해물칼국수 전문집 정칼국수(041-735-7340)는 그야말로 숨어 있는 알짜배기 맛집이다. 외양은 흔하디 흔한 시골 음식점과 다를 바 없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종류의 국수메뉴를 보면 "국수"에 대한 주인장의 내공이 절로 느껴진다. 신선한 해산물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낸 국물맛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국물에 관한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주인은 볶음해물면이야말로 "서울서 크게 한 몫 벌게 해준" 자신의 비장의 메뉴라며 강력 추천한다. 칼국수와 함께 직접 삶은 토종족발도 선보인다.
*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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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물칼국수. |
호남고속도로 논산 인터체인지나 천안논산고속도로 서논산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논산시내로 들어선다. 논산 5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관촉사 방향으로 향한다. 643번 지방도로 연결지점에서 우회전해 3km 벚꽃길을 달려가면 도로변에 마련된 관촉사 주차장이 나온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