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의 유동성 지원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산업은행은 GM이 GM대우를 어떻게 하는 지 지켜본 뒤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발표했다. 반면 GM은 현재로선 GM대우에 지원할 여력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양측의 힘겨루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번 상황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산업은행의 무지가 빚은 촌극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산은이 자동차산업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판매를 독려하는 정책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노후차 보조금 또는 개별소비세율 인하가 대표적이다. 이런 제도를 통해 신차 판매를 늘려주면 공장 가동에 도움이 되고, 그 만큼 유동성도 생긴다. 하지만 GM대우의 현 상황은 이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수준이다. 수출의 대부분을 GM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나 기아자동차처럼 자체 판매망을 갖추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에 그 동안 GM의 판매망을 활용했고, 덕분에 수출도 크게 늘었다. 그러던 게 GM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수출 주문이 급감했고, 그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쉽게 보면 수출주문이 줄어든 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런 때 GM대우는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GM대우는 일단 유동성 위기를 넘기면 향후 수출이 제자리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에 강조했다. 물론 전제는 GM의 정상화다. 현재 GM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GM의 북미그룹이 지탱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GM의 GM대우에 대한 지원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강조한 건 우스운 일이다. GM대우에 대한 GM의 유일한 지원방안이 바로 수출주문 증가이기 때문이다.
GM대우의 수출이 늘기 위해선 일단 GM이 정상화돼야 한다. 물론 미국 정부는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설령 GM이 파산돼도 부실자산과 건전자산을 따로 정리해 GM을 새 출발시키겠다는 시나리오도 세워두고 있다. 미국 정부는 결국 파산이든, 지원이든 어떻게든 GM을 끌고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GM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다. 따라서 GM이 정상화과정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GM대우의 수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들어 GM대우는 유동성 지원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따라서 유동성 지원시점은 지금이 적기다. 산은은 GM이 무너질 걸 우려하지만 어떻게든 생존쪽으로 처리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현재 산은의 입장은 사실상 미국 정부를 못믿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산은은 또 유동성 지원금액이 GM으로 흘러들어가는 걸 우려하지만 업계에선 기우로 보고 있다. GM의 회생에 GM대우는 필수법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동성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점"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기 어려워질 때가 있듯이 자칫 시기를 놓치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산은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GM대우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의 비중을 볼 때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정부와 GM의 입장을 더 이상 지원의 볼모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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