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국의 절집들이 축제 분위기다. 빈틈없이 꽉 채운 절 마당은 물론이고,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목마다마다 오색 화려한 연등이 물결을 이룬다.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유명대찰의 웅장하고 화려한 "부처님 오신 날" 풍경도 장관이지만 인적 드문 작은 절집의 소박한 연등행렬도 마음을 끈다. 논산에서 대전으로 가는 1번 국도변에 있는 작은 절집 개태사도 그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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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태사 철확 |
천년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애써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 곳에 절집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작고 쇠잔한 모습이다. 심산유곡까진 아니더라도, 민가나 찻길과는 얼마간 거리를 두고 위치하는 게 대부분 절집들의 미덕이건만, 차들이 무섭게 달리는 국도변에 바짝 인접한 개태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다 여기까지 내몰리게 됐나 싶은, 짠한 마음이 인다.
그럼에도 그 곳에 발길이 멈춰지는 건 논밭 사이로 뚫린 개태사 진입로의 어여쁜 모습 때문이다. 각나무, 향나무, 측백나무 등 키 큰 상록수가 뒤섞여 도열한 진입로는 제법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빛바랜 연등이 띄엄띄엄 내걸린 진입로를 따라 허름한 일주문을 통과하면 좁은 절마당을 가운데 두고 건물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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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여쁜 진입로 |
그 모양새나 배치도 여느 절집과는 사뭇 다르다. 대웅전대신 용화대보궁이 중심건물로 자리잡았고 단군영정을 모신 창운각,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부처님을 모신 정법궁, 팔각건물인 삼일지상정천궁 등 보기 드문 모양새의 건물에다 경내에 국기게양대도 있다. 이런 생소한 풍경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개태사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면 이해가 된다.
개태사는 고려 태조 19년(936)에 창건된 사찰로 기록돼 있는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후 후백제를 평정한 걸 기념해 약 4년간에 걸쳐 만든 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태조의 영정을 모시는 진전(眞殿)이 있으며, 국가에 변고가 있을 때는 이 곳에서 신탁(神託)을 받는 등 고려시대 최대의 호국수호사찰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려말기에 이르러 절집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조선시대에는 계속 폐사된 채 방치돼 오다가 1934년에 이르러 오늘날의 사찰로 재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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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화대보궁 |
전성기엔 1,000여 명의 승려가 머물며 화엄법회를 갖는 등 승려 양성도량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는데, 그 것을 입증해주는 게 지금도 남아 있는, 당시 된장을 끓이던 솥이었다는 개태사 철확(민속자료 제1호)이다. 마치 벙거지형 모자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솥은 지름이 약 2m, 둘레길이 6.28m, 높이 97cm다. 조선시대 때 절이 없어지면서 벌판에 방치된 채 있던 걸, 가뭄 때 솥을 옮기면 비가 온다고 해 여러 곳으로 이동시켰다가, 일제 때 서울에서 열린 박람회에 출품된 후 개태사에서 보존하고 있다. 논산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네가 개태사의 가마솥과 은진의 미륵불과 강경의 미나(미내)다리를 보았느냐?"고 물어본다고 해 반드시 구경해야 할 이 지방의 명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개태사 용화대보궁에는 석조삼존불상(보물 제219호)이 모셔져 있다. 높이 4.15m 크기의 본존불 좌우로 협시보살이 있다. 폐사돼 있는 동안 본존불은 뒤로 도랑에 넘어져 있어 허리가 끊어졌고, 왼쪽 협시불은 앞으로 넘어져 목이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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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부처님 |
이 밖에 팔각의 특이한 건물인 삼일지상정천궁 안에 있는 방석 위의 나반존자의 모습을 비롯해 개태사에는 초라한 모습과 달리 숨은 전설과 색다른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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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불입상 |
외지사람들이 이 곳 사람들에게 먹을 만한 맛집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 싸고 맛있는 왕비성을 추천한다. 개태사에서 5km 떨어진 두마면 호남선 두계역 앞에 있는 왕비성(042-841-6338)은 열차에서 전화로 자장면을 주문할 정도로 잘 알려진 자장면집이라고. 쫄깃한 면발과 자장이 옛날자장면 맛 그대로라며 망설이지 않고 권한다.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서대전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국도 4번(1번 공용)을 타고 논산 방향으로 13km 가면 왼쪽으로 개태사가 보인다. 도로와 인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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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각건물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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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석 위 나반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