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인 요즘 기름값을 아끼기 위한 전략은 다양하다. 새 차 선택기준에서 연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성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하이브리드카는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완성차업체는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새 차를 사는 일은 쉽지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전자가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는 일이다.
천안에 사는 회사원 권오재(32) 씨는 작년 상반기 불어닥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잠시 자동차를 집 주차장에 세워 놓았다. 국제유가가 내려가 좀 싸지나 싶었던 기름값이 환율문제로 다시 오르자 아예 차를 처분할 생각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이용하는 날에는 집 근처의 주유소를 이용하지만 한숨만 나온다. 권 씨는 차를 몰고 거리로 나온 어느 날 회사 근처 주유소에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기존 주유소들보다 ℓ당 60-70원 싼 기름값을 표시한 표지판을 본 것. 마침 주유할 생각이었던 그는 그 주유소로 직행했다. 그런데 보여야 할 주유원들이 없었다. 쩌렁쩌렁한 인사를 당연하게 여겼던 그는 의아해했지만 곧 이유를 깨닫았다. 권 씨가 들어간 주유소는 바로 셀프주유소였다.
최근 셀프주유소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전 셀프주유소들이 일시적으로 생겨났으나 자신이 직접 기름을 넣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곧 사라졌다. 그런 셀프주유소가 고유가시대를 반영하듯 다시 속속 생겨나고 있다. 셀프주유소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기름값이다. 주유원없이 직접 기름을 차에 넣기 때문에 기름값이 인근 일반 주유소보다 ℓ당 50원 이상 저렴하다. 보통 한 번 주유에 40ℓ를 넣는다고 가정하면 서울 최고가를 기준으로 1만6,200원의 절감효과를 볼 수있다. 주유 신용카드로 30-40원의 추가 할인혜택까지 챙기면 무시못할 수준이다. 요즘같은 때 운전자들에겐 참을수 없는 유혹이다.
이용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고 주유캡을 연다. 다음에 주유기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휘발유(고급/일반), 경유 등의 주종을 선택한 후 결제한다. 결제의 경우 카드결제와 현금결제가 있는데, 카드결제는 역시 주유기에 장착된 카드 승인기를 통해 이뤄진다. 카드결제일 경우 포인트도 동시에 적립된다. 현금은 기존 주유원들이 하는 방식대로 주유소 사무실에 가서 직접 지불한다. 결제가 끝나면 주종별로 색깔이 구분된 주유기를 차에 꽂아 주유를 시작한다. 처음이라 헤매지 않겠느냐는 걱정은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뤄지는 안내멘트가 깔끔히 해결해준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요즘은 셀프주유에 대한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한 자동차동호회 게시판에서는 셀프주유에 대해 "싼 기름값을 제쳐두고라도 이용하기 쉽고 주유사기나 불친절한 주유원을 안봐도 돼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단점이라면 보통 주유소에 가면 받을 수 있는 휴지 등의 서비스가 없다는 점 정도.
업계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90여 개의 셀프주유소가 운영중이며, 업계는 이를 점차 늘릴 계획이다. 특히 1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유치가 필요한 대형마트와 연계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마트주유소는 용인 이마트에서 운영중이고, 오는 6월 롯데마트 구미점에서도 12개의 셀프주유기가 설치된다. 마트주유소의 경우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구조여서 보통의 셀프주유소보다 기름값이 더 쌀 전망이다. 다만, 수도권 또는 대도시 중심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기름값도 지역불균형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셀프주유소는 보통 직영인 만큼 운영면에서 인건비가 적게 든다"며 "최근 이용하려는 고객도 늘고 있어 절차 시설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중소도시나 지방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확대를 적극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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