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회사 '가문경영' 막 내리나

입력 2009년05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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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세계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경제위기 속에서 인수합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자동차회사를 오래도록 지배해온 "가문 경영"의 전통도 약화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분석했다.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가 제너럴모터스(GM) 유럽 사업부문에 속한 오펠 인수에 성공할 경우 피아트 지분 30%를 보유한 아넬리가(家)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독일 자동차회사 포르셰의 페르디난트 포르셰 회장도 이번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자신의 사촌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폴크스바겐(VW) 회장을 만나 VW의 포르셰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자동차 리서치 담당 아른트 엘링호르스트는 "자동차회사를 지배해온 가문에 일종의 각성 움직임이 있다"며 "포르셰-피에히, 아넬리 가문이 합병에 나섰고 푸조 가문도 이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루어져 수많은 기업 브랜드가 명멸하는 다른 산업 부문과는 달리 창업자 가문이 가문 이름을 딴 브랜드를 오래 유지해온 자동차 산업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특히 거대 자동차회사들은 해당 국가 중공업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차보다는 일자리의 창출자로 간주돼 어려운 경영 상태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자존심 속에서 유지돼왔다.

경제위기를 맞아 거대 자동차회사들 사이에 인수합병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전통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BMW의 경우 46.6%의 지분을 가진 크반트 가문은 최근 수년 동안 지분 매각 요구를 거절해왔으며 경쟁사인 다임러와 부품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3분의 1이나 감소하고 유럽에서는 4분의 1 만큼 줄어든 상황에서 거대 자동차회사의 재정적 압박은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을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회사들이 친환경 하이브리드자동차나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은 자동차회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자동차회사를 지배해온 가문들이 지분과 기업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피하고 BMW와 같이 일부 영역에서의 협력 강화에 나서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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