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까지 미국 정부와 채권단은 막후에서 채무조정을 두고 심각한 알력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권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 채권단의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협상 과정에 참여한 인사들이 입을 모았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자동차산업 태스크포스는 올봄 초 크라이슬러의 최대 채권은행인 JP모건체이스로부터 크라이슬러를 되살리려는 어떤 계약에서도 크라이슬러는 채권자들에게 빚진 69억달러를 모두 갚아야 한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JP모건체이스에서 크라이슬러 채권단을 이끄는 제임스 리 부행장이 지난 3월 29일 스티븐 래트너 자동차 TF 특별보좌관에게 전화를 걸고 "한 푼도 덜 받을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 다음날인 30일 오바마 대통령은 채권단의 이러한 "허세"를 공격하며 크라이슬러가 파산하면 채권자들은 69억 달러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의 발표가 있은 뒤 몇 시간 만에 리 부행장은 다시 래트너에게 전화를 걸어 "얘기 좀 하자"고 말하기에 이른다. 은행들을 피아트 및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배제하며 채권단에 대한 강경책을 주도한 래트너 TF 특보의 작전에 굴복한 리 부행장은 나중에는 결국 완고한 헤지펀드들을 상대로 정부의 22억5천만 달러 안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해야 했다. WSJ는 채권단의 이 같은 저자세로의 전환은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장악력의 정도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채권단의 양보를 이끌기 위해 정부가 헤지펀드들의 전통적인 수법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의 강경책은 효과가 있었다. 크라이슬러의 채권 69억 달러의 재조정에 반대했던 채권단의 주요 펀드 2개가 법적투쟁을 철회키로 해 미국정부의 채무조정 방안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챕터 11"에 따른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절차 돌입 가능성도 커지게 됐던 것이다. 크라이슬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백악관은 협상에 참여한 채권단과 법률 자문단에 강경한 자세를 취해, 정부가 미국 자본주의의 근본 원리들을 부정하고 경기회복과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권에 낙인을 찍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크라이슬러의 위기 대처에는 단호하고 과감한 행동이 요구됐다고 답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크라이슬러의 생존에 딜러, 노동조합, 부품 공급 업체는 매우 중요하지만 채권자들은 일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은행과 채권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WSJ는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로 거액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크라이슬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렛대로 이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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