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정부가 연비 규제 및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수출업체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대비책 마련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은 2012년 모델을 첫 적용 대상으로 삼아 2016년까지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ℓ당 1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분의 1 가량 줄이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중 단일국가로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이같이 환경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국내외 각 자동차 브랜드들은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자사 제품의 친환경 성능을 끌어올려야 하는 형편이다.
미국의 방침은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침체 국면과 맞물려 업계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은 중소형차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 일단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에서 현지로 수출하는 승용차의 평균 연비가 갤런당 각각 33.2 마일과 33.7마일씩을 기록해 전체 평균인 갤런당 27.5 마일을 여유 있게 넘기고 있다. 도요타(갤런당 38.1마일)와 혼다(갤런당 35.2마일)에는 못미치지만 상당수의 해외 브랜드들보다는 연비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규제가 발효되기 전까지 연비나 배기가스를 기준 수치까지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 브랜드들의 제품이 연비 성능이 뛰어난 점을 감안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 성능을 더욱 혁신해야 할 필요성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 업체들의 경우 ℓ당 20㎞를 넉넉히 넘기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이미 양산하고 있고 유럽 업체들은 친환경 디젤 차량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친환경 성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높은 연비 성능을 자랑하는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의 국내 연비는 ℓ당 15.2㎞이다. 그러나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은 1.6 모델이 아닌 2.0 모델이기 때문에 15㎞/ℓ를 아직 넘기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차체 경량화 및 6단 변속기 확대 적용 등을 통해 연비 성능을 더욱 높이는 것을 향후 "연비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으로 세우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는 미국에서 주력 수출 제품인 쏘나타에 풀(Full)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해 2010년 하반기에 현지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풀 하이브리드 기술은 저속 단계에서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모터만으로 차를 주행할 수 있는 것이고 , 마일드(Mild) 하이브리드 기술은 모터가 출발 또는 가속 때 내연기관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치는 방식이다. 풀 하이브리드 쏘나타는 연비가 ℓ당 21.3㎞ 정도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와 경쟁할 모델이다.
이밖에도 차체에 고장력 강판을 쓰는 비중을 높여 차량의 무게를 줄이고 엔진에 알루미늄 블록을 써 엔진 무게를 줄이는 등 경량화 작업 등을 통해 연비 개선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GM과 차량 개발 전략을 공유하고 있는 GM대우도 본사의 친환경 차량 개발 정책에 발맞춰 연비 성능이 높고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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