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검푸른 바다, 짙은 초록의 신록은 변함없었다.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흩어져 있는 섬들도 그냥 그대로이건만 왠지 이 낯선 느낌과 삭막함은 무엇일까. 북위 38도 35분. 우리나라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 위치한 고성 통일전망대를 다시 찾은 소회는 한 마디로 이물감이다. 최근들어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인가, 생각해 보지만 그러기엔 이물감이 너무 질기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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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이 보이는 통일전망대 |
국내의 대표적인 안보관광지로 손꼽히는 고성 통일전망대는 1984년 세워졌다. 당시만 해도 남북한이 오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때라 해금강이 한눈에 보이고, 금강산이 가깝게는 16km 멀리는 25km 정도 거리에 있는 통일전망대는 실향민들에게 마치 고향을 찾은 듯한 느낌을 줬다. 실향민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통일의 의지를 다지고, 망향과 분단의 설움을 달랠 수 있는 곳으로 크게 환영받았다.
통일전망대는 2층 건물로, 1층 전시실과 2층 전망대로 이뤄졌다. 1층에는 6.25 때부터 지금까지의 전사자료 및 금강산을 담은 사진이, VTR 시스템을 갖춘 2층에는 120석의 좌석을 배치하고 북쪽면을 모두 유리로 만들어 이 곳에서 한눈에 금강산과 해금강을 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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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전망대 건물 |
전망대에 서면 155마일 휴전선의 동해안쪽 시발점과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이 보인다. 이 곳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하면 해금강과 해금강 주변의 섬들, 만물상(사자바위), 현종암, 사공암, 부처바위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중앙의 산악 능선을 바라보면 금강산 1만2,000봉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낙타봉),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지닌 감호는 물론 일출봉, 채하봉, 육선봉, 집선봉, 관음봉 등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씨에는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발 아래 보이는, 휴전선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초소는 우리의 분단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전망대 주변에는 지름 1.25m, 높이 1.87m, 무게 500근 규모의 통일기원 범종을 비롯해 높이 39m, 전등 1,500개가 달린 전진십자 철탑, 민족웅비탑, 마리아상, 통일미륵불, 351고지 전투전적지 등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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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미륵불과 마리아상 |
연간 150만 명의 사람들이 찾던 이 곳이 언제부턴가 퇴락해가는 관광지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사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이뤄지고 남북한이 서로 오가는 등 엄청난 시대변화가 있었으나 이 곳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서다.
2004년 동해선 남북연결도로가 개통돼 육로관광이 이뤄진다고 떠들썩하던 당시에도 이 곳은 여전히 20여년 전 안보의식으로 관광객을 맞고 있었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한 후 교육비디오를 시청해야만 하고, 주차료에 개인입장료, 시간이 잘 안맞으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등 비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겨우 출발해서는 다시 중간에 군인에게 허가증을 받는 등 "내 돈 내고 여길 왜 왔던가" 하는 울분을 토해내게 만드는 그 절차가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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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기념비 |
얼마 전 통일전망대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1일 2,5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장기사업도 병행해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업구상대로라면 조만간 모노레일 기차를 타고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동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북상하다가, 성모상과 북한관을 지나 학생관에서 6·25 전쟁체험관까지를 15분만에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구상보다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달라진 시대감각과 안보의식을 읽어내는 것이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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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들쭉술 |
통일전망대 가는 길목에 위치한 화진포 해수욕장 부근에는 화진포막국수(033-682-4487)가 소문난 맛집이다. 100% 메밀가루로 직접 뽑은 면에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국물을 곁들인 맛과, 백김치와 명태식혜를 곁들이는 비빔국수맛을 볼 수 있다. 명태식혜보쌈도 놓칠 수 없는 맛.
*가는 요령
서울 - 6번 국도 - 양평 - 44번 국도 - 23.5km - 홍천교 - 홍천 4거리 - 70.7km - 한계리 민예단지 휴게소 앞 3거리 - 왼쪽 46번 국도 - 백담사 입구 - 진부령 알프스스키장 입구 - 23.3km - 간성읍 대대리 3거리 - 직진 - 6.7km - 자산교 - 자산리 3거리 - 북쪽으로 20km - 통일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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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목의 거진항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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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자리한 맛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