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미국 최대의 자동차사 제너럴모터스(GM)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자구책 데드라인인 6월1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GM은 채권단과의 채무 조정, 노조와의 협상 등을 마치지 못하면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채권단과의 채무조정 시한이 26일까지여서 이때까지 채무조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GM의 운명은 6월1일 이전에 판가름날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의회 전문 방송인 C-SPAN과의 인터뷰에서 GM이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GM과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회사들이 지금 훌륭한 결정을 한다면 상당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GM과 크라이슬러의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는 것이어야 한다"며 연비 효율이 뛰어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GM이 구조조정 완료를 위해 파산보호 신청을 해야만 하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파산보호를 신청한 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GM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GM은 채권단에 270억달러의 채무를 모두 탕감하고 새로 태어나는 회사의 지분 10%로 교환할 것을 제안해 놓고 있다. GM은 현재 구조조정을 거쳐 새로 태어나는 회사의 지분 중 50%는 정부가, 39%는 노조가, 나머지 10%는 채권단이 갖는 내용의 자구책을 마련해 둔 상태다.
채권단이 채무조정에 동의하려면 채권자 90%의 동의가 필요하나 지분 교환 비율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채권단이 반발하고 있어 협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GM은 채권단과의 채무조정이 26일까지 마쳐지지 않을 때 협의를 추가로 연장할지, 아니면 그래로 종료할지를 밝힐 방침이다. 채권단과의 합의가 불발되면 GM은 파산보호 신청을 피할 길이 없다. 또 채권단과의 협의 연장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원하는 미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 정부가 이르면 내주 말쯤 GM을 파산시킨 뒤 약 3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쟁력 있는 회사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GM은 노조와의 비용절감에 관한 협의도 마쳐야 한다. GM은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 및 캐나다자동차노조(CAW)와 비용절감 방안에 대한 잠정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노조원들의 표결을 통해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GM이 노조와 잠정 합의한 내용은 임금 동결과 연금 인상 제한, 건강보험료의 회사 측 부담 경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이밖에 유럽 자회사인 오펠의 매각 문제 등도 남겨두고 있다.
미 정부는 22일 GM에 40억달러를 추가 지원했다. 기존의 구제금융 154억달러에 추가로 지원한 것이다. GM은 다음 달 1일까지 26억달러, 그 이후에는 90억달러의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협력업체와 딜러에 6월1일 이전에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14억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금사정이 그만큼 빨리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은 물론 파산보호 신청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켓워치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GM의 현금 소진이 월 20억달러에 달하는 위험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GM의 파산보호 신청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와 함께 협력업체 가동중단과 딜러망 폐쇄를 가속해 실업자 수를 크게 늘리는 등 미 경제에 큰 고통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GM은 6천개 딜러 중 40%를 내년까지 정리키로 하고 이미 1천100개 딜러에 계약 해지 방침을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GM이 채권단과의 채무조정이나 노조와의 합의를 완료해 파산보호에 들어가지 않은 채 구조조정을 할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조가 합의하면 채권단에게도 채무조정에 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천 곳에 달하는 채권자의 90%가 채무조정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고 딜러망 정리를 위해서도 파산보호를 통해 법원에 의지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크라이슬러처럼 GM도 파산보호를 통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한다는 미 정부의 계획도 이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 자동차연구센터의 데이비드 콜 회장은 마켓워치에 파산보호 과정이 소송 등으로 인해 정부가 계획하는 신속한 절차보다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파산보호 상태인 크라이슬러도 이번 주에 신속한 파산보호 졸업 여부를 가릴 결정을 앞두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파산법원은 오는 27일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와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회사에 자산을 매각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피아트와의 제휴가 성사되면 크라이슬러의 자산 대부분은 피아트 20%, 노조가 55%,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10%의 지분을 갖는 새로운 법인에 매각될 예정이다. 피아트는 상황 진전에 따라 지분을 35%까지 늘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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