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스는 현대자동차가 고급 수입차와의 경쟁을 선언하며 내놓은 최고급 대형 세단이다. 지난 3월 출시돼 4월까지 2개월간 3,400여대가 팔렸다. 예상 밖의 선전은 아니지만 시장진입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게 현대의 판단이다. 그러나 현대가 목표로 삼았던 벤츠나 BMW, 렉서스와 어깨를 견준 건 아니다. 왜 그럴까. 차를 타봤다.
▲스타일
분명 호감이 가는 겉모양이다. 이전의 보수적인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유려하게 변신했다. VS460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세로형으로, VS380은 가로형으로 차별화했다. 벤츠 S클래스나 렉서스 LS 등이 추구했던 유려함을 참고한 결과다. 리어 램프도 적절한 비율로 위치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쉽다. 구형 에쿠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다. 특히 센터패시아가 그렇다. 고급 수입차와 비교할 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형 LCD 모니터가 시원하게 자리잡았으나 아랫부분이 허전하다. 조그 키 시스템으로 여러 작동을 일체화한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센터패시아는 개선이 필요하다. 현대도 할 말은 있다. 에쿠스의 주요 소비층인 국내의 50~60대가 선호하는 디자인이라는 것. 초기 개발 시엔 오로지 내수용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보수적인 이미지를 갖게 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계획 변경으로 지금은 수출품목 개발에 들어갔으나 그래도 센터패시아를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계기판은 선명하고 보기에도 좋다. 흰색에 살짝 파란색을 섞은 조명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차에 앉았을 때 들어오는 웰컴 라이팅도 포인트다. 대부분 전동식으로 조절되는 각종 스위치 배열은 손에 잘 닿는다. 전동식 주차 브레이크 레버와 오토홀드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 좌측 대시보드 하단에 있다. 스티어링 휠에 살짝 가려 있는데, 이유는 스위치가 큼지막해서다. 주 소비층의 시력을 감안해 각종 스위치를 크게 만든 듯하다. 하지만 현대가 내세우는 렉시콘 카오디오의 볼륨 레버는 작다. 볼륨 레버도 조금 키웠으면 좋겠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 곳곳에 실제 원목을 썼다. 원목 소재에 대한 생각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다. 현대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은 촌스럽다고 싫어하지만 보수적인 걸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만하다. 에쿠스의 주력 수요층을 감안하면 어울리겠지만 경쟁 수입차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승차는 VS460 프레스티지로 선루프와 컨티넨털 타이어,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만 빠져 있다. 따라서 VIP석의 안마 기능은 없다. VIP석의 암레스트에는 공조장치와 오디오 조절 스위치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조수석 등받이 뒤에는 VIP석에서 이용 가능한 간이 테이블도 마련됐다.
뒷좌석 공간은 넓다. 특히 레그룸이 넉넉해 다리 자세를 편하게 바꿀 수 있다. 윈도 스위치를 한 번 누르면 프라이버시 글래스가 닫히고, 한 번 더 누르면 커튼이 올라간다. 리어 윈도 커튼도 암레스트에 마련된 스위치로 작동할 수 있다. 조작감성은 훌륭하다.
▲성능
차에 다가가 스마트 키로 문을 열었다. 한 번 누르면 문이 열리고, 다시 누르면 접혀졌던 사이드미러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최고출력 366마력의 VS460 타우엔진이 작동하며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자리를 잡는다. 운전자에 맞도록 스티어링 휠 위아래와 앞뒤 거리를 스위치로 조절하고, 도어패널에 있는 시트 조절장치로 거리를 맞췄다. 좌측 도어에 부착된 사이드미러 조절장치로 미러를 조정한 후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일단 부드럽다. 페달을 밟는 힘은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엔진 반응속도가 무척 빠르다. 배기량도 커 자칫 깊이 밟는 걸 경계해야 했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은 가볍다. 가벼운 건 현대차의 특징이다. 벤츠나 BMW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조금 묵직했으면 낫지 않을까.
한산한 도로에 들어서 가속 페달에 힘을 보냈다. 역시 배기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시속 100㎞는 가볍게 오르고, 180㎞까지 올려도 힘이 남는다. 가속할 때의 엔진음도 부드럽고, 풍절음은 잘 차단돼 있다. 고급 세단다운 면모를 물씬 풍긴다.
서스펜션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면 승차감이 단단해지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스포츠카에 버금갈 정도의 단단함은 아니다. 부드러움에서 약간 단단함으로 변환되는 정도다. 주행중 차고도 조절이 가능하다.
제동성능은 좋은 편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즉각 속도가 줄어든다. 앞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급제동을 했는데 안전띠가 순간 강하게 가슴을 조여와 만약의 충돌사고에 대비했다. 컨티넨털이 개발했다는, 이른바 프리세이프 시스템이다.
스마트 컨트롤 크루즈의 경우 말 그대로 ‘스마트’했다. 주행중 내 차의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를 설정하고, 모든 페달에서 발을 뗐다. 그러면 앞차와 간격이 좁아지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벌어지면 가속이 된다. 그러다 앞차가 정지하면 스스로 속도를 최대한 줄인 뒤 운전자에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덕분에 순간적인 시야확보 실패로 앞차를 가볍게 추돌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총평
에쿠스는 수입 고급차보다 쌍용자동차 체어맨W와 비교선상에 올려 놓는 사람이 많다. 두 차종의 판매가격이 비슷한 데다 국내 최고급 세단을 표방하고 있어서다. 실제 수입 고급차와 에쿠스를 비교하라면 에쿠스에 선뜻 손이 올라가기란 쉽지 않다. 성능이나 크기, 각종 기능면에선 가능하지만 감성 부분이 그렇다. 감성이란 운전자 또는 승차자의 오감(五感)이 느끼는 매우 미묘한 부분이다. 감성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그 만큼 노하우가 풍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뉴 에쿠스는 당당히 글로벌 대형 세단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의 첫 작품으로는 괜찮다. 지금 부족한 건 보완하면 된다. 적어도 현대가 에쿠스같은 최고급 대형 세단을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호평 가치는 있다. 그 만큼 국내에선 고급차 수요자의 취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현대의 자존심인 셈이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