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해서? 술 권하는 사회라서? 취하지 않곤 견딜 수 없는 요즘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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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박물관 |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에 자리한 배다리술박물관에 들어서자 평일임에도 박물관 노천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있는 큰 술통만 아니라면 박물관이라기보다 전원음식점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건물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 속에는 120년동안 외길을 걸어 온 술도가의 여유와 자부심이 느껴진다.
1915년 시작해 4대째 술도가를 이어 왔던 박관원 옹은 현재 5대째를 잇고 있는 아들 박상빈 씨와 함께 2004년 7월 배다리술박물관을 개관했다.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술의 맥과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작은 출발이 이토록 귀한 문화공간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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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박물관 내부 |
‘배다리’는 이 곳 지명과 관련된 말이다. 조선시대 한양의 젖줄인 한강은 홍수가 나면 고양군 행주리부터 주교리까지 강물이 범람해 길이 물에 잠겼다. 그럴 때면 여러 척의 나룻배를 잇고 그 위에 나무를 대어 임시다리를 놓았는데, 이를 배다리라고 했다. 주교동은 배 주(丹)자에 다리 교(橋)자를 쓰는 것으로, 말 그대로 ‘배다리’를 의미한다.
배다리박물관에는 수천 년동안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래 온, 고달픈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술과 관련된 유물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2층 전시실로 올라가면 짐자전거에 배불뚝이 술통을 실은 배달꾼의 모습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별 생각없이 이를 보고 지나치지만 전시실을 한 바퀴 돌고나올 때면 이 배달꾼도 술 수송수단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물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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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저장통 |
제1전시장에는 배다리 술도가에서 소장해 온 전통 술도구들이 전시돼 우리나라 양조기술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술 저장과 숙성용으로 쓰였던 목기와 옹기로 된 각종 술독을 비롯해 술병, 술통, 술춘 등 다양한 유물이 있다. 또 고려시대 이후 각종 청동술병과 마상주잔(말 위에서 마실 때 쓰던 잔), 모주병, 술도자기와 사발, 술잔 등을 시대와 용도별로 선보이고 있다. 조선 중기에 탁주, 약주(청주), 소주를 빚을 때 사용했던 누룩틀, 소주고리, 종국상자, 술시루, 쳇다리, 체, 용수, 약주틀, 나무깔대기, 동댕이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높이 2m에 이르는 거대한 정종 사입통이다. 3,000ℓ, 5,000ℓ 용량에 달하는 나무로 만든 정종 사입독은 일제 강점기에 ‘주세령’ 발령 이후 1930년대 배다리 술도가에서 썼던 것이다. 주세령은 1916년 일본 제국주의가 총독부의 수탈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술에 부과한 세금이다. 크기와 시대별로 전시된 정종 항아리의 변천을 살펴 보면 일본의 주조기술이 우리나라 양조기술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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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의 막걸리 예찬론 |
1전시장엔 누룩을 만들어 부수고 고두밥을 지어 발효시키는 등 우리 전통주 제조과정을 미니어처로 모두 만들었놨다. 술 재료 준비과정부터 누룩딛기, 밑술 만들기, 용수박기, 탁주와 약주 거르기, 수주 내리기, 술 담기와 보관 등의 과정을, 설명을 곁들여 상세하게 재연하고 있다.
술 수송수단과 술 포장의 역사도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선시대 이후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는 나무술통, 술장군, 옹기술춘, 철재통(재활용품), 플라스틱말통, 페트병이 그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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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술 체험장 |
제2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면 더욱 재미있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길을 잡는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밀랍인형이다. 1966년 여름, 평소 막걸리를 즐기던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과 고양시에 있는 골프장에 다녀오는 길에 막걸리 생각이 났다. 이 때 박 전 대통령은 인근 삼송동 ‘실비옥’이라는 고양막걸리 주막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 날부터 박 전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까지 14년간 청와대에는 능곡양조장(지금의 고양 쌀막걸리)에서 만든 막걸리가 지속적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5대째 120년 역사를 잇고 있는 배다리술도가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도 새롭다. 1대 박승언 옹이 창업한 ‘인근상회(술/잡화)’를 재현한 자리에 그 당시 쓰였던 개수대와 저울, 금고 등의 생활도구를 비롯해 2대, 3대, 4대째 ‘능곡양조장’ 당시의 술도구와 밀실(1963~1979:청와대 납품용 술(특주) 보관창고) 그리고 4대(박관원 관장)째 ‘고양탁주 합동제조장’ 때까지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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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주 제조과정 |
배다리박물관 앞에는 노천카페와 야외전시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는 박 관장이 직접 전통 소줏고리에 불을 지펴 소주 내리는 모습을 선보인다. 031-967-8052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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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병의 변천 |
고양시 원당벌판 1,800평 너른 땅에 자리잡은 쥐눈이콩마을은 쥐눈이콩 전문식당, 매장, 카페와 체험학습관이 있다. 경기으뜸맛집으로 선정된 식당에서는 국내산 콩으로만 빚은 쥐눈이콩된장, 쥐눈이콩고추장, 쥐눈이콩간장, 쥐눈이콩식초와 콩가루를 이용해 전문요리를 만든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031-965-5990
*가는 요령
서울 구파발에서 행신·능곡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원당역 4거리에서 우회전해 의정부·벽제 방향으로 1km 남짓 가면 오른쪽으로 배다리박물관이 보인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원당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도보로 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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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전대통령 밀랍인형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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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 전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