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로 회사 발전의 초석 만들겠다"

입력 2009년06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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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국내 수입차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해말, 수입차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젊은 사업가가 있었다. 박치현(32) 천일오토모빌 사장이다. 그는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아닌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서울 서초동 딜러를 하겠다고 나섰다. 더구나 올 4월에는 서울 대치동에도 매장을 냈다. 무슨 배짱일까. 무엇을 믿고 저리 과감한 걸까. 많은 이들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그가 천일고속그룹의 장손이란 점 때문에, 재벌 2세들이 그랬듯이 업계에선 부모 잘 만나 겁없이 일을 저지르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만나본 그는 수입차사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겠다며, 치밀하게 계산한 사업비전을 밝혔다. 다음은 박 사장과의 일문일답.



-어려운 시기임에도 수업차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증권업과 투자자문사에 근무하면서 자동차를 좋아해 꾸준히 수입차시장을 지켜 보며 공부했다. 특히 작년 중반에는 향후 2~3년간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판단이 섰다. 일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어느 정도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있다. 향후 한·EU FTA 타결도 앞두고 있어 유럽차 딜러사업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 어려운 시기지만 오히려 이를 잘 극복하면 호황기에는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자본금 규모와 출자자는.

"자본금은 30억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40억원으로 증자했다. 천일고속의 자회사인 고려여객이 100% 출자했다. 모기업인 천일여객자동차는 천일고속, 천일여객, 부산 사상 시외버스터미널을 포함한 경남지역 6개 터미널, 대구크라운관광호텔, 부곡컨트리클럽, 삼보상호신용금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판매규모가 크지 않은 재규어·랜드로버를 선택한 이유는.

"수입차시장에선 벤츠와 BMW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처음 주목한 브랜드는 아우디였다. 아우디는 기술력에 비해 국내 판매가 다소 부진하다가 요 몇 년새 급신장했다. 향후 아우디의 전례를 따를만한 고급차 브랜드가 재규어라고 봤다. 올해부터 디자인이 크게 개선된 차들이 나오면 벤츠, BMW, 아우디 등과도 겨룰 수 있을 것이다"



-모기업에서의 반대는 없었나.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며 모두 반대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월간 기준으로는 손익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당초 예상과 달리 판매면에서 한계를 맞았을 때의 대책은.

"재규어나 랜드로버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브랜드가 아니고, 지향점 자체도 소수 마니아를 위한 브랜드다. 희소성의 가치를 가진 차로서 영국의 품격있는 브랜드를 소유하려는 고객에게 걸맞는 영업을 할 계획이다. 따라서 뛰어난 신차가 나온다고 해서 판매가 늘어나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물론 생각했던 만큼의 결과를 못낼 수도 있지만 현재보다 더 나빠질 건 없다. 그래서 두 브랜드의 실질적인 메가딜러 지위를 선택했다. 원래 내년에 문을 열기로 했던 알루미늄 보디까지 판금·도장할 수 있는 풀 워크숍도 앞당겨 6월중 선보이는 것도 나름대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풀 워크숍에 대해 소개하면.

"서울 잠원동에 만들었다. 접근성이 좋다. 저먼모터스의 정비공장을 인수해 개보수작업을 끝냈고 시범운영중이다"



-지난 96년 포드코리아의 부산딜러로 수입차사업에 진출했다가 금방 포기했었는데.

"당시는 수입차시장 자체가 열악했고, 더구나 부산은 서울과 비교해 수입차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결국 97년 손을 뗐다. 수입차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너무 일찍 사업을 시작한 측면이 있었다. 사업예측이 잘못된 점이나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마케팅면에서 미흡한 점도 있었다고 본다"



-천일고속그룹의 자동차관련 사업은.

"부산에서 대지 3,000평 정도의 중고차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입차는 중간에 포기했지만 계속 자동차사업을 해 온 셈이다"



-서울에 2개 전시장을 냈는데, 연간 판매목표는.

"470대 정도를 목표하고 있다. 대치 전시장을 지난 4월 개장했는데 그 달에 두 전시장에서 50여대를 팔아 가능성을 확인했다. 딜러사업의 가장 큰 매력은 은행 이자보다는 못하지만 노력한 만큼 매월 산술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요즘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를 하려는 업체들이 많은데.

"브랜드의 잠재력도 있지만 딜러와 수입사의 관계가 다른 업체와는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 실제 일해보니 임포터와 딜러의 관계가 갑과 을이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같이 사업방향을 모색하고, 격의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대라는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재규어·랜드로버 또는 다른 브랜드 딜러로서의 사업확장 가능성은.

"재규어·랜드로버의 전시장을 더 내고 싶지만 임포터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돈이 되고 가격이 맞으면 당연히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다. 앞으로 시장이 성숙하고 커지면 딜러도 여러 브랜드를 파는 식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문은 열려 있는 셈이다"



-자동차판매사업에서는 금융업이 필수인데.

"처음 모기업 차원에서 기존 금융사를 인수하거나 신설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충분히 사업타당성이 있었고, 오히려 금융위기가 금융업 진출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만류했다. 장손이 공식적인 첫 사업을 하면서 집안의 후광만 받는다는 인식이 싫어서였다. 사업에 뛰어든 목적이나 다짐이 희석될 수 있었다"



-많은 재벌 2, 3세가 수입차시장에 진출하는데.

"대기업 오너 자제들이 차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수익 생각 않고 수입차시장에 진출했다가 무책임하게 철수하고, 시장에서 다른 딜러와의 공생관계를 무시하는 등 시장물을 흐렸던 선례를 알고 있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 그런 오해를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천일고속은 장손이라고 해서 사업성이 없는데도 돈을 대주는 히사가 아니다. 충분한 사업검토를 거쳤고 시장성도 다각도로 분석했다. 1~2년간 적자를 감안해도 그 이후에 흑자를 낼 것으로 자신한다. 짧은 시간에 과감히 투자한 건 메가딜러의 위상이나 규모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될 것 같다는 믿음을 임포터가 줬다. 시장을 선도하고 타 딜러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수입차시장에 좋은 예를 남기고 싶다. 모기업인 천일고속도 신뢰를 경영이념으로 생각하고 있어 영업이익 극대화보다는 도덕적인 책임과 신뢰를 가진 사업가 자질을 이 사업을 통해 인정받고 싶다"







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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