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진화, 벤츠 ML280 CDI

입력 2009년06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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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M클래스는 1997년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벤츠는 당시 이 차를 출시하며 ‘SUV에도 최고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는데, 2005년에는 첨단을 앞세운 2세대 M클래스를 내놨다. 2세대 모델 또한 벤츠 특유의 숙성된 기술을 집약, 포장과 비포장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SUV로 북미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이번에는 도심형 SUV의 성격을 훨씬 가미한 3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구형 M클래스가 SUV의 기본에 충실했다면 3세대 M클래스는 세련된 SUV를 지향하는 M클래스의 완성작인 셈이다. 새 차를 시승했다.

▲디자인
M클래스의 디자인을 보면 절제된 도시형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삼각별 엠블럼이 크게 자리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냉각이 잘 되도록 사각형의 송풍구로 마무리했는데, 전반적으로 M클래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다. 윈드실드에서 시작해 그릴까지 감싸는 보닛의 캐릭터 라인도 세련미를 더한다. 뒷모양도 간결하기는 마찬가지다. 다소 작아 보이는 리어 램프지만 덕분에 트렁크 리드는 깔끔하다. 트윈 머플러로 도시적인 역동성을 더한 점도 색다르다. 전반적으로 비포장 주행보다 도시에서 개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필요할 때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는 디자인을 담고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첨단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스티어링 휠은 양 손으로 편하게 잡을 수 있고, 돌릴 때는 묵직함이 전해진다. 가벼움보다는 약간의 무거움이 안전에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전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벤츠의 철학이 느껴진다.

변속은 칼럼식 전자동 레버로 가능하다. 위로 올리면 후진이고, 아래로 내리면 전진, 옆을 누르면 주차가 된다. 그러나 필요할 경우 패들 시프트를 통해 수동식으로도 변속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는 누르는 방식의 로직 버튼이 대부분이지만 온도조절은 좌우로 돌리는 로터리 타입이다. 온도는 1도 단위로 조작하는데 돌릴 때 절도감이 느껴진다. 기능뿐 아니라 감성까지 중요해지는 최근 자동차 흐름에 비춰볼 때 세심한 배려의 흔적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부분은 센터페시아 위쪽에 위치한 각종 멀티 기능이다. 오디오는 기본이고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비디오 및 시스템 항목이 펼쳐져 있다. 내비게이션은 한국형으로 비교적 정확한 지도를 보여주고, 전화는 블루투스 기능이 들어가 있다. 마침 개인 휴대전화에도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연결 후 사용해봤는데, 휴대전화를 조작할 필요가 없어 무척 편리했다. 비디오의 경우 깨끗한 화질을 보여줬다. 차가 움직일 때는 역시 안전을 고려해 화면이 사라진다.

▲성능
시승차는 V6 엔진을 얹은 ML280 CDI로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4.9㎏·m다. 가속력을 결정짓는 토크만 놓고 보면 3.5ℓ급 가솔린엔진보다 높은 수준이다. 덕분에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 놓으면 디젤엔진 특유의 초반 굼뜬 현상도 없이 단숨에 속도를 높인다.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적어도 ML280 CDI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도로 여건 때문에 시속 200㎞까지 올리지는 못했으나 시속 160㎞까지 손쉽게 오르고도 힘의 여유가 느껴진다. 제원표에 따르면 최고시속은 200㎞를 넘는다. 그럼에도 진동 및 소음은 상당히 적다. 물론 디젤엔진 특유의 밸브 소음이 있지만 공회전 때만 들릴 뿐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사그라든다. 특히 진동의 경우 공회전 때도 몸으로 느끼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제어돼 있다.

7단 변속기의 정숙성도 뛰어나다. 변속이 이뤄질 때 발생하는 변속충격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다. 벤츠 7단 변속기의 위력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연료효율은 ℓ당 9.3㎞로 상당히 좋은 편이다. 쉽게 보면 가속력은 4,000㏄급 가솔린엔진, 연료효율은 2,000㏄급 중형 세단에 견줄 만한, 일석이조의 차종이라는 얘기다.

승차감은 약간 단단한 편이다. SUV지만 스포츠 세단과 같은 단단함을 통해 핸들링의 정교함을 갖췄다. 급차선 변경 때 흔들림을 최대한 억제한 것도 특징이다. 실제 시승중 제동자세를 보기 위해 몇 차례 급제동했는데, 단단한 섀시를 체감할 정도였다. 더불어 안전을 위해 벤츠가 도입한 프리 세이프 개념에 따라 안전벨트가 급제동과 동시에 몸을 강하게 조여준 점도 인상에 남는다.

▲총평
벤츠를 두고 다소 보수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제조사가 새로운 기술을 앞다퉈 내놓을 때 같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다. 그러나 벤츠는 "경쟁하지 않는 게 아니라 숙성되지 않아 쓰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이미 기술은 개발했으나 최대의 내구성과 상품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결코 상용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 하나의 문제점이라도 사전에 걸러내는 것만이 최고의 차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여겨서다. 3세대 M클래스를 타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M클래스만의 독특한 기능은 찾기 어렵지만 모든 시스템과 성능, 기타 각종 편의품목에는 믿음이 간다. 4매틱으로 일컬어지는 네바퀴굴림 방식은 이미 자동차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안전장치가 결합돼 있고, 에어백은 8개가 적용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는 동안 느꼈던 편안함과 달리기 성능에는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디젤엔진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면 9,190만원의 ML350 가솔린 4매틱과 1억3,690만원의 ML63 AMG를 택하면 된다. 하지만 ML280 CDI를 직접 타본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첫 발을 디딘 3세대 ML클래스, 그 가운데서도 280 CDI는 주목받을 만하다. 판매가격은 7,990만~8,690만원이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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