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이 예상됐던 지난 상반기 수입차시장에서도 성장률을 기록한 브랜드는 있었다. 폭스바겐, 아우디, BMW, 포드가 주인공들이다.
미국 발 금융대란으로 세계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작년 하반기 국내 수입차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비심리 둔화에다 대출중단까지 겹쳐 판매가 급감했던 것. 여기에다 모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업체까지 하나둘 생겨나면서 올해는 총체적 난국이 예상됐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4개 수입차업체는 전년에 비해 판매를 신장시키는 결과를 이뤄냈다. 성장세는 폭스바겐 52%, 아우디 47%, 포드 1.0%, BMW 0.5%다. 포드와 BMW는 제자리걸음으로 보는 게 맞지만 최악의 불황기라는 올 상반기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신장률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두 업체가 이런 놀라운 결과를 낸 데 대해 업계는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첫 번째 요인은 수입차시장 개편과 소비층 확대에 따른 구매유형 변화다. 소비자의 구매성향이 보다 다양해지고, 경제성을 생각하게 됐다는 풀이다. 과거 소비자들이 수입차라면 무조건 대형 고급 세단만을 떠올렸던 것과 달리 이제는 소비층이 20~30대까지 확대되면서 개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성향이 구매심리에 녹아들었고, 이 같은 현상이 큰 차 위주였던 수입차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런 성향에 가장 이득을 본 브랜드가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국내 법인 출발 때부터 이 같은 시장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판매가격에서 거품을 빼며 서서히 기반을 닦아 왔다. 6~7위권에 머물던 폭스바겐이 3~4위권으로 치고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다 올들어 3,000만~4,000만원대 시장에서 경쟁하던 혼다가 차값을 대폭 인상하면서 혼다차를 외면한 고객들이 폭스바겐으로 몰렸다. 또 불황에 고연비를 선호하는 기류에 편승, TDI라는 뛰어난 디젤엔진을 앞세워 골프 2.0 TDI를 폭스바겐차 최초로 3월 베스트셀링카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다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심리를 한껏 자극했다. 당초 ‘가격 대비 성능’으로는 호평받던 게 폭스바겐차들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재고가 없는 골프를 제외하고도 같은 디젤엔진을 얹은 다른 차들을 앞세워 800대가 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두 번째 요인은 불황에도 아랑곳않고 꾸준히 신차출시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아우디와 BMW는 올 상반기에만 5종이 넘는 차를 발표했다. 이에 힘입어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고객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었다. 두 업체의 라이벌인 벤츠가 상반기중 국내에 M클래스 하나만 달랑 선보인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아우디는 A6, A5, A4의 앞바퀴굴림 버전, SUV인 Q5, 로드스터 TTS 등을 발표했다. BMW는 뉴 7시리즈, 3·5·X시리즈의 디젤버전, 1시리즈, Z4, 미니 뉴 쿠퍼 등을 속속 수입했다. 차종 또한 세단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화했다. 이는 앞서 말한 소비자층의 확대와도 연관되는 대목이다. 출시 퍼포먼스 또한 소비자의 뇌리에 박히도록 화려하게 준비해 성장세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됐다.
마지막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포드는 미국 빅3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이런 불신을 없애기 위해 오히려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각종 할인책을 내놓는 건 물론 대부분의 업체가 ‘격’의 문제로 꺼려하는 홈쇼핑 판촉을 과감히 전개해 판매증가는 물론 브랜드 알리기란 면에서 효과를 봤다.
물론 개별소비세 인하란 호재가 이들 업체의 성장세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세제혜택은 모든 브랜드에 돌아가는 것이어서 만큼 특별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 어쨌든 상반기 수입차업계의 누적 등록대수는 전년에 비해 줄었다. 현 판매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4개 업체의 성장세는 그런 상횡에서 얻어낸 결과인 만큼 더욱 값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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