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의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 아이미브(i-MiEV)를 탔다. 무소음·무진동이라는 전기차의 특성은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느껴졌다. 풍절음과 타이어 마찰소음이 아니라면 달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다.
아이미브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라는 점이다. 물론 일부 회사들이 컨셉트카 또는 주문제작에 따른 소수의 차를 생산하기는 했으나 공도주행용으로 양산되는 건 아이미브가 처음이다. 게다가 기존 전기차는 근거리이동용(NEV)인 데 반해 아이미브는 내연기관차의 섀시에 전기 시스템을 얹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차를 만들 때부터 안전기준 등을 충족시켰다는 의미다.
아이미브는 경차 아이(i)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내연기관 자리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놓고 각 바퀴에 영구자석식 동기형 전기모터를 연결해 바퀴를 굴린다. 내연기관에 비해 저항이 적은 게 전기인 만큼 달리기 성능은 국산 1,000cc 이하 내연기관 경차보다 훨씬 낫다.
디자인은 경차 아이를 기반으로 해 깜찍하다. 실내공간 확대를 위해 오버행도 무척 짧다. 그러나 헤드 램프 디자인은 공격적이다. 차체 좌측에는 일반 내연기관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료주입구처럼 생긴 부분이 있다. 급속충전기를 꽂을 때 사용하는 부분이다. 완충까지 급속은 30분이 걸린다. 반면 일반 충전 때는 차에 있는 충전케이블을 이용해 우측에 꽂으면 된다. 이 때는 완충에 7시간이 필요하다. 운전석은 일본에서 직행해 온 탓에 오른쪽에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좌측에 배터리 충전량을 표시하는 디지털 계기판을 볼 수 있다. 시승 전이라 충전계에는 완충표시가 돼 있다. 내연기관차의 연료계처럼 전기를 많이 쓰면 디지털 표시도 내려간다. 중앙은 속도계다. 속도계 내에는 트립창이 있어 디지털로 속도가 나타난다. 운전석 계기판이 깔끔하다. 경차다운 모습이다.
시동을 걸었다. 아니, 전기를 "온(ON)" 시켰다. 키를 한 번 돌리면 준비상태가 되고, 더 돌리면 계기판에 녹색으로 "레디"라는 영문자가 표시된다. 출발준비가 됐다는 얘기다. 물론 아무런 움직임도, 진동도 없다. 그저 전기가 흐르는 것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변속레버를 D에 놓고 서서히 움직였다. 여전히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변속레버에는 "P, R, D" 외에 "에코"와 "B" 모드가 있다. 에코는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경제운전 모드이고, B는 제동역할을 한다. 마치 내연기관의 엔진 브레이크와 같은 기능이다.
서서히 가속했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으니 순간 속도가 경차답지 않게 치고 오른다. 저항이 적고 토크가 높다는 점이 새삼 인식되는 대목이다. 더 깊이 밟았다. 시속 120㎞까지 금세 도달한다. 일반도로 주행용으로 손색이 없다. 내연기관 출력으로 보면 64마력이지만 토크가 18.3kg·m에 달해 실제 가속력은 예상 이상이다. 1,000kg의 차체 무게도 문제되지 않는다. 여기에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릴 뿐 그 외는 가속에 따른 풍절음 및 타이어와 노면이 마찰하며 생기는 도로소음뿐이다. 뒷바퀴로 구동되기에 밀어주는 느낌도 좋다.
에코 모드로 바꿨다.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가속력이 한 단계 내려갔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치고나가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가속된다. 절전형 모드여서 전기사용량이 최대한 억제된다는 애기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다. 전기 경차의 특성 상 여성 운전자가 많을 수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미브는 당장 일반도로에서 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판매하지는 않는다. 세제지원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정부가 먼저 나설 계획도 없다. 실제 정부는 국내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을 끝내기까지 아이미브가 무공해차라 해도 세제지원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하이브리드카가 최대 300만원을 지원받는 마당에 무공해차는 혜택이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셈이다.
전기차는 수소연료전지와 함께 미래의 대안으로 불린다. 이미 모든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GM도 시보레 볼트의 판매준비를 마쳤다. 유럽 내 슈퍼카메이커도 전기차시장에 뛰어들었다. 차세대 친환경차는 수소가 아니라 전기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다. 1900년대초 대중화됐다가 화석연료의 경제성에 밀려 사라진 전기차가 지금에서야 다시 각광받는 셈이다.
아이미브가 국내에 던지는 메시지는 하루 빨리 전기차를 상용화하라는 것이다. 완전 충전으로 최대 160㎞를 달린다는 건 중·단거리 이동수단으로 최적이라는 얘기다. 매일 160㎞를 달려도 전기료가 한 달에 7만~8만원이면 족하다. 일반적으로 월 20만원이 훌쩍 넘는 내연기관차의 연료비를 감안하면 경제형 차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엔진오일 등의 소모품 교환도 필요없다. 소모품이라곤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오일 등을 비롯해 몇 가지 필터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전기 경차 아이미브의 상품성은 대단히 뛰어나다. 물론 가격이 비싸지만 대량생산으로 배터리 가격 등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미쓰비시 설명이다.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을 적극 내세우는 것과 비교하면 아이미브가 하이브리드카보다 경제성은 월등히 높다.
아이미브는 세계에 전기차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배터리 크기가 작아지고, 전기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소보다 전기가 미래연료의 대세가 될 조짐이다. 전기차시대, 이제부터 시작에 들어간 것 같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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