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옛사랑>이 떠오른다. 조성모의 <가시나무>도 아닌, 엔카 <오타루의 사람(小樽のひとよ)>도 아닌,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 텅 빈 하늘 밑 불빛들 켜져 가면 /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 하는 이문세의 그 <옛사랑>이 자꾸만 흥얼거려진다.
홋카이도 서해안 이시카리(石狩)만에 면한 항구도시 오타루에 가면 영화 <러브레터>며, 조성모의 뮤직비디오의 그 아름다운 영상에 일찌감치 세뇌되기도 했지만 운치 넘치는 옛도시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오타루는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 말로 "모래가 많은 바닷가"라는 "오타루나이"에서 나온 지명이다. 100여년 전부터 홋카이도의 현관으로 발전했던 오타루는 한 때 삿포로보다 더 큰 도시였다. 천연항만이 있어 홋카이도에서 하코다테 다음으로 중요한 항구였는데, 금융가와 무역상들이 이 곳에 모여들어 "홋카이도의 월가"로 자리잡으며 국제무역항으로 이름 높았다. 그 덕분에 일본에서는 세 번째로 철도가 개설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그 중요도가 떨어지면서 마을은 쇠퇴하게 됐다. 하지만 그 시절에 지어진 건물과 운하는 오늘의 관광도시 오타루를 만들었다.
오타루의 상징인 운하는 1914년에 착공해 9년만에 길이 1,140m, 폭 40m 규모로 만들어졌다. 번성기 때는 짐을 싣고 내리던 나룻배로 가득했던 운하는 도시의 쇠락과 함께 그 이용도도 낮아지면서 매립될 위기에 처했는데, 1983년 "역사적 건축물 및 경관지구 보전 조례"가 제정되면서 운하의 절반 정도가 남아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하일라이트 관광코스로 꼽히는 지금의 운하는 이 때 남쪽 해안을 매립하여 만든 것으로, 그 주변에 자리한 석조건물과 붉은 벽돌 건물은 당시 운하를 따라 길게 이어졌던 창고들이다. 그 창고들의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멋진 레스토랑과 음식점으로 개조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운하 산책로에는 메이지시대의 가스등을 재현한 가로등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렌지빛 등이 은은히 들어오는 저녁이면 이 곳은 더없이 무드 넘치는 야경을 연출한다. 잔잔히 흐르는 운하와 그 운하에 비친 불빛, 운하를 끼고 걷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명물은 관광인력거.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매고 ‘지카다비(발가락이 갈라진 일본인의 신발)’를 신은 젊은 청년들이 유쾌한 모습으로 인력거를 끈다. 손님을 태우지 못한 인력거는 나무받침대를 받쳐 주차해놓고 있다. 20대 정도의 관광인력거가 이 곳에서 성업중인데, 모두 같은 회사에 소속된 인력거라고 한다. 인력거를 끄는데도 자격증이 필요하고, 이 인력거 한 대의 값이 무려 1,000만원을 넘는다고.
운하에서 시가지로 향하는 니치깅도리와 사카이마치도리는 복고적인 이 도시의 매력을 샅샅이 볼 수 있는 거리다. 사카이마치도오리(堺町通り)는 오르골당 본점이 있는 메르헨 4거리를 중심으로 고풍스런 분위기가 넘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조성모의 <가시나무> 뮤직비디오에서 이영애가 근무했던 곳으로 우리에게는 더 잘 알려진, 오타루 오르골당은 1912년 지어진 목조골격의 건물이다. 세계 최대의 오르골전문점으로 손꼽히는 이 곳은 2만5,000점 이상에 달하는 세계 각지의 진귀하고 예술적인 오르골들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다. 이 건물은 오타루 메르헨 교차점에 옛날의 창고를 개조한 것인데, 그 바로 입구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증받은 높이 5.5m의 증기시계가 있어 15분 간격으로 증기를 내뿜으며 시간을 알려준다.
운하공예관은 운하 가까이에 위치한 유리공예 전시판매 시설로, 홋카이도 각지에서 활약하는 유리공예 작가들의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유리공예품의 제작풍경을 볼 수도 있으며, 체험 스튜디오에서는 오르골, 만화경, 액세서리같은 유리공예품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초밥집이 모여 있는 스시야도리도 빼놓을 수 없다. 오타루의 번화가인 선몰 1번가와 하나조노긴자 상점가를 지나는 거리로, 그 이름 그대로 크고 작은 20여 개의 초밥집들이 늘어서 있다. 예로부터 어항으로서 번성했던 오타루는 풍부한 종류의 어패류를 싼 값에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내에는 약 100곳 이상의 초밥집이 있다. 각 가게마다 자랑하는 맛있는 초밥을 내놓는다. 신선한 홋카이도산 성게나 연어알 등을 추천.
이 외에도 오타루운하 주변에는 보고, 먹고, 머물 곳이 너무나 많다. 오타루 관광 추천모델코스(반나절)는 삿포로역 출발 → 오타루역 → 센추럴타운 미야코도오리 → 스시야도오리 → 테미야선 산책로 → 북쪽의 월스트리트 → 오타루 테누키골목 → 오타루운하→ 사카이마치도오리 → 키타이치 유리공방 → 오타루 오르골당 → 미나미오타루역이 대표적이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