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독일 자회사인 오펠 매각 문제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GM이 오펠을 그대로 보유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 문제가 독일 총선은 물론 미국-독일 관계에까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5일 지난 수개월 동안 오펠 매각을 추진했던 GM이 오펠 브랜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43억유로의 자금조달 방안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펠이 캐나다 자동차부품 회사인 마그나와 러시아 국영 스베르방크에 매각될 경우 독일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었던 45억유로, 또 다른 인수 경쟁자인 RHJ 인터내셔널이 기채하겠다고 밝힌 38억유로와 비슷한 규모다.
GM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오펠 인수자 선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이후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 등이 총출동해 GM의 시간끌기를 비난하면서 인수 문제에 대한 GM의 조속한 결정, 미국 정부의 영향력 행사 등을 촉구했으나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 간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독일 정부는 마그나가 오펠을 인수할 경우 약 5만명의 오펠 직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2만5천명의 독일 내 근로자들을 상대적으로 덜 해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그나 인수를 전제로 대규모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오펠 매각 문제가 계속 표류하면서 메르켈 총리가 총선에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미-독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GM의 조속한 결정을 지원해줄 것을 촉구한 데 이어 23일에는 공영 ZDF 방송에 출연, GM의 결정 보류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이번 주에는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혔었다.
그러나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오펠 매각 문제가 파국을 맞을 경우 메르켈 총리가 망신을 당할 것"이라면서 "자민당(FDP)을 비롯한 야당은 벌써부터 (비판의) 칼을 갈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오펠 문제가 엉망이 되면 메르켈 총리는 물론 (사민당 총리 후보인) 슈타인마이어 장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독일판도 "이 문제가 독일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폴란드, 스페인 등 관련국들과 외교관계에도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캐나다 회사와 러시아 은행을 위해 독일 외교정책을 위기에 빠뜨리는 것은 분별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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