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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화구로 향하는 관광객들. |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썩은 달걀냄새가 와락 달려든다. 유황냄새다. 노보리베츠(登別)에 입성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홋카이도 남서부에 위치한 노보리베츠는 벳푸, 아리마와 함께 일본의 3대 온천 중 하나로 꼽힌다.
홋카이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인 이 곳은 시코츠토야국립공원(支笏洞爺國立公園)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 언어로 ‘하얗고 색이 진한 강’이라는 뜻인 노보리베츠는 예부터 온천으로 이름났다. 에도시대부터 알려졌던 이 곳은 메이지시대에 온천여관이 생기면서 휴양지가 됐다. 러일전쟁 때는 부상병을 치료하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이 때 온천의 효능을 알게 된 병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소문을 내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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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상. |
유구한 그 명성은 노보리베츠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렬한 유황냄새와 함께 자욱한 화산가스가 눈 앞을 가리는 지고쿠다니(地獄谷)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지옥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싶은 살벌한 광경이 펼쳐진다(게다가 길목 곳곳에 두 눈 부릅뜬 도깨비상이 버티고 서서 노려보고 있으니!). 희고 검고 붉고 누런 거대한 바위산 틈으로 뭉글뭉글 끊임없이 분출되는 화산연기, 그 주변으로 형성된 무수한 기공으로부터 부글부글 끓는 열탕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온천수의 파르스름한 물줄기는 태초 지구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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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쿠다니. |
노보리베츠가 자리한 시코츠토야국립공원은 ‘살아있는 화산박물관’이라 불린다. 시코츠호와 토야호 등 2개의 칼데라호(화산 분화구에 형성된 호수)를 거느리고 있고, 근년에 활동한 화산이 많은 공원으로, 다종다양한 온천과 화산활동을 볼 수 있다.
지고쿠다니는 약 1만 년 전에 폭발한 카사야마 활화산의 분화구로, 직경 450m, 반경 12ha에 이른다. 부글부글 끓는 수많은 분출구에서 솟아난 온천수가 계곡을 따라 흐른다. 이 온천수는 1분당 3,000ℓ가 솟아오르는데 그대로 계곡으로 흘러내려가거나 관을 통해 온천장으로 들어와 그 이름난 온천욕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온천수의 온도는 45∼9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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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쿠다니 근처 신사. |
분화구 한가운데까지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가면 끝에 지고쿠다니 원탕이 있다. 나무방책으로 접근을 막아 놓은 원탕에서는 뜨거운 물이 끓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러다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자욱한 연기와 함께 온천수가 왈칵왈칵 치솟으며 힘차게 용출된다. 그 기세는 원탕을 감싼 바위까지 넘어 원탕 밖으로 넘쳐흐른다. 마치 살아있는 괴물의 입에서 솟구치는 물줄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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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으로 흐르는 온천수. |
지고쿠다니에서 산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오오유누마(大湯沼)로 이어진다. 오오유누마는 히오리야마 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분화구다. 1만2,000평의 호수 속에서 온천수가 뿜어나오고 있다. 넓은 호수면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모습이 더없이 신기하다. 오오유누마에는 123도에 이르는 온천수가 끊임없이 솟아나 분화구에 고인 물을 데운다.
이 온천수가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가면 천연 족탕이 기다린다. 족탕이라고 해서 그럴싸한 시설을 갖춰 놓은 건 아니다. 그냥 계곡이다. 오오유누마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온천수에 발을 담그는 것이다. 따뜻한 온천수가 발을 감싸며 여행의 피로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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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끓는 원탕, |
노보리베츠 온천이 유명한 건 다양한 성분의 온천수가 솟기 때문이다. 지고쿠다니와 오오유누마 등의 원천에서는 유황천, 심역천, 명반천, 망초천, 석고천, 논반천, 산성천, 철천 등 11가지의 온천수가 솟는다. 그래서 이 곳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관광객뿐 아니라 치유를 목적으로 한 장기요양객들이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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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보리베츠 온천탕 축제. |
2월에는 노보리베츠에서 온천탕 축제가 열린다. 온천마을에 염라대왕의 사자인 적귀, 청귀가 등장해 온천의 효능에 대한 감사와 무병무사함에의 기원을 담은 축제다. 그 중에서도 알몸에 곤자의 젊은이들이 홍백으로 나뉘어 뜨거운 물을 흥정하는 "원천탕 내기 전투"는 열기를 더하는 이벤트다.
지고쿠다니 입구에는 노보리베츠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센터가 있어 유용하다. 한글로 된 안내문과 약도를 얻을 수 있다. 인근에 곰목장 등 다른 볼거리도 많으므로 사전정보를 미리 알고 움직이면 노보리베츠의 다양한 볼거리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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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차게 솟는 간헐천. |
천원공원은 지고쿠다니에서 흘러나온 온천수를 활용해 만든 공원으로, 약 3시간 간격으로 박력있는 소리와 눈 앞을 가리는 수증기, 힘차게 나오는 간헐천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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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극 안내판. |
노보리베츠 온천마을에서 지고쿠다니∼ 오오유누마 ∼ 타이쇼우지고쿠 등을 거쳐 온천마을로 돌아오는 데는 1시간∼1시간30분분 정도가 걸린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