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뉴 E클래스의 기세가 무섭다. 이 차는 업계 예상대로 하반기 수입차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경쟁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뉴 E클래스의 출고를 시작한 지난 24일부터 9월3일까지 11일간 계약된 차가 1,000대를 넘어섰다고 6일 밝혔다. 벤츠는 실제 예약은 8월초부터 시작된 만큼 이를 더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이 계약이 몰리자 일부 고객들은 출고지연을 걱정하고 있으나 벤츠는 공급물량도 넉넉히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뉴 E클래스의 인기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7년만의 풀체인지모델이라는 점. 회사측은 오랜 시간 신차가 없어 새로운 E클래스의 등장을 바란 소비자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여기에다 전통을 이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시킨 디자인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 또 다른 이유는 판매가격이다. 구형인 E280(7,390만원)과 같은 급인 E300의 가격(6,910만원 엘레강스 기준)이 오히려 500만원 정도 싸지면서 구매욕구를 자극시켰다는 분석이다. E220 CDI도 구형보다 가격이 내려갔다.
뉴 E클래스의 선전으로 타격을 받을 차들은 BMW 5시리즈, 렉서스 ES와 GS, 아우디 A6 등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모델은 8월 수입차 월간판매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에 올랐다. 업계는 그 중 렉서스 ES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BMW나 아우디의 경우 차 자체로도 E클래스와 맞설 수 있는 데 비해 ES는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인데 벤츠가 새 차의 가격을 낮게 잡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각 업체들은 토요타의 국내 진출과 함께 하반기 빅뉴스 중 하나인 뉴 E클래스 출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우디는 뉴 E클래스 출시에도 다소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A6도 풀모델체인지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현재 전시차를 팔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 당장은 판매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재 특별한 판매조건도 없고, 프로모션 계획도 세워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일선 영업사원들은 “지금은 A6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별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충격 여파가 전해질 것”이라며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 눈에 띌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BMW도 일단 겉으로는 반응이 없다. 심지어 회사 관계자는 “벤츠가 한동안 부진했기 때문에 뉴 E클래스의 등장은 시장활성화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BMW는 9월 한 달동안 5시리즈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다이내믹 파워 금융리스’라는 특별 프로모션으로, 528i 스페셜에디션(6,890만원) 구입 시 선납금 30% 및 36개월동안 월 39만9,000원을 내면 된다. 딜러별로 추가 인센티브 혜택도 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면에서 5시리즈의 장점이 충분하고, 뉴 E클래스 돌풍은 신차효과에 불과하다”며 “구매층의 성향이 뚜렷히 다른 두 브랜드 간에 일부 영향은 있을 지 모르겠으나 크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렉서스는 곧바로 특별 프로모션을 내놨다. 9월 한 달간 ES350을 운용리스로 산 고객의 리스료를 최대 330만원 지원한다. 현금구입 고객에게는 200만원의 주유권을 증정한다. 8월의 1회차 리스료 지원, 100만원 주유권 지급보다 강화한 헤택이다. 회사측은 또 재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200만원을 깎아준다. 토요타는 이번 프로그램이 뉴 E클래스와 관계없는 일이락 주장한다. 9월말쯤 ES350의 2010년형 마이너체인지모델이 출시되기 전 재고정리 차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렉서스는 2010년형을 내놓으면서 차값을 200만원 정도 인상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어려운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신차의 가격이 오르면 팔지 말라는 말과 같다는 게 영업사원들의 푸념이다. 렉서스는 환율을 감안하고, 10월중 시판할 토요타 캠리와의 차별성을 위해 ES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벤츠는 최근 출시한 뉴 E클래스와 뉴 S클래스를 앞세워 수입차시장 1위를 노리고 있다. 회사측은 업계 최초로 월 판매대수 2,000대를 넘겨 1위에 오른다는 시나리오를 짰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회사 딜러들은 "현재의 계약상황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벤츠의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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