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산수에 깃든 선인의 멋에 감탄

입력 2009년09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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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는 태고의 자연이 살아숨쉬는 청정지역이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오지 중의 오지라는 뜻이기도 하다.

청암정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지나가며 만들어낸 높고 험준한 산들은 봉화를 오랫동안 고립된 산간지방에 머물게 했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은 청송, 영양과 함께 봉화라면 교통이 불편하고 살기 힘든 고장으로 고개부터 내저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걸림돌이 이제는 천혜의 자원을 가진 "청정 봉화"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과 수려한 산수는 오히려 봉화의 자랑이 됐다. 그런 까닭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를 보유한 곳이 봉화라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연꽃을 활짝 피운 도암정, 이름도 재미있는 야옹정, 석천정, 종선정 등등 봉화읍내서 몇 발짝만 옮겨도 곳곳에 정자들이 있다.



도암정
봉화읍 유곡리 닭실마을에 있는 청암정(靑巖亭)은 봉화를 대표하는 정자다. 조선시대 문신인 충재 권벌(1478-1548)이 아들 권동보와 함께 건립해 머물렀던 곳이다. 그는 중종 때 문과에 급제해 사간원과 사헌부를 거쳐 예조참판에 이르렀으나 기묘사화의 피바람에 휘말려 파직돼 낙향했다. 그 후 복권돼 우찬성에까지 올랐으나 을사사화에 연루돼 다시 파직당하고 결국 평안도 삭주지방으로 유배돼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 곳 봉화에 정자를 짓고 자리를 잡은 동기는 삼척부사로 있을 때 산수가 수려한 이 곳을 여러 차례 지나다니며 눈여겨봐서였다. 풍수지리 상으로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즉 닭이 알을 품은 듯한 지세인 이 곳은 이중환의 "택리지"도 전국 8대 명당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안동 권 씨 집성촌인 닭실마을 한가운데 충재 선생 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종택은 조선시대 양반가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ㅁ자형 안채와 사랑채를 포함해 건물 오른쪽에 사당이, 그 아래쪽으로 그윽한 운치의 청암정이 앉아 있다. 사당 안에는 불천위(不遷位) 충재의 위패가 모셔졌다. 불천위란 어떤 경우에도 위패를 옮기지 않고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국가에서 허락한 걸 말하는데, 벌써 500년 가깝도록 제사를 지내고 있다.

호박덩굴 기어가는 종택 담장


청암정은 거북 모양의 거대한 암반 한가운데 세워졌다. 정자가 앉은 바위 주위는 연못이 둥글게 감싸고 있다. 물가에는 아름드리 왕버들이 숲을 이루고, 정자 뒤쪽으로는 고목으로 자란 산단풍나무와 산철쭉이 멋스럽게 에워싸고 있다. 정자에 오르기 위해서는 연못 위를 가로질러 놓인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동남북쪽으로 3개의 문이 있고, 정자 아래는 충재 선생이 공부하던 별채가 있다.



정자 밖 풍경
전해 오는 얘기에 따르면 처음 이 정자를 지을 때 온돌방으로 만들었는데, 그 방에 불을 넣으니 바위가 울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노승이 지나다가 말하기를 이는 거북 등에다 불을 지르는 것이니 마루방으로 만들라고 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주변에 연못을 만들었는데, 그 이유인즉 거북은 물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충재박물관에는 보물급 문화재인 충재 선생의 유품과 유물이 전시됐다. 이 문화재들이 지금껏 온전히 내려올 수 있었던 건 자손들의 남다른 노력이 한몫했다. 한국전쟁 때 자칫 포화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걸 항아리에 넣어 땅 속에 묻어 이를 지켰다. 거기에는 오늘날 보물로 지정된 "충재일기"를 비롯해 "근사록", "왕세자책례도감병풍", "우향계축", "퇴계선생서" 등 참으로 소중한 문화재들이 포함돼 있다.

봉화의 들판


*특산물과 별미

매년 9월말이면 봉화는 솔향기와 송이향으로 그윽하다.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 봉화송이의 생산시기로, 이 때를 맞춰 풍성한 송이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봉화송이축제도 아쉽게 열리지 않게 됐다.

정자 앞 별실


축제는 취소됐더라도 봉화송이의 소문난 맛은 포기할 수 없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정기를 머금은 마사토에서 자란 봉화송이는 타지역 송이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향이 우수해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자연산 송이는 갓이 피지 않아 갓 둘레가 자루보다 약간 굵고 은백이 선명하다. 갓이 두껍고 단단해 향이 진하고, 자루의 길이가 길고 밑부분이 굵을수록 좋은 송이로 친다. 연간 80여t의 송이를 생산하는 봉화는 전국 송이생산량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의 송이 주산지다.



충재박물관
봉성면의 용두식당(054-673-3114)과 봉화읍내 솔봉이(054-673-1090)는 자연산 송이요리 전문점이다. 은은한 송이향이 살아있는 돌솥밥은 별미로 꼽힌다. 한약우 사골국물에 쌀과 잡곡을 돌솥에 넣고 밥을 짓다가 뜸이 들 무렵 송이를 넣기 때문에 송이향이 그대로 배어 있다. 봉화에서만 자생하는 산나물 등 반찬 20여 가지가 함께 나온다.



*가는 요령

박물관 유물
중앙고속도로 풍기 IC나 영주 IC에서 빠져 영주 - 봉화로 향한다. 닭실마을은 삼계리 4거리에서 좌회전해 1km 정도 달리면 왼쪽으로 입구가 보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송이돌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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