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로 일본 중형 세단의 공략에 맞선다. 현대는 특히 쏘나타를 고급화해 그랜저에 버금가는 차로 만들어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 등에 양동작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현대가 사실상 어코드와 캠리의 대항마로 띄울 차종은 그랜저다. 여기에 선택 가능한 아랫급 차종으로 신형 쏘나타를 포진시키면서 일본차에 대한 방어전선을 구축했다. 실제 쏘나타와 그랜저, 어코드, 캠리 등은 크기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3사의 제원표에 따르면 길이는 어코드가 4,945mm로 그랜저의 4,895mm보다 길다. 쏘나타는 4,820mm, 캠리는 4,805mm로 가장 짧다. 너비는 그랜저가 1,850mm로 가장 넓다. 어코드는 1,845mm, 캠리는 이 보다 좁은 1,830mm다. 쏘나타는 1,835mm. 높이는 그랜저가 1,490mm로 어코드의 1,475mm보다 높다. 따라서 크기로 보면 어코드와 그랜저가 비슷하고, 그 아래로 쏘나타와 캠리가 위치하는 셈이다.
그러나 크기를 절대기준으로 삼을 수 없고, 4종의 크기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적어도 국내에서의 중형차 경쟁은 "쏘나타+그랜저 vs 어코드 vs 캠리"의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선 쏘나타의 경쟁차종으로 어코드와 캠리를 꼽는다"며 "크기나 배기량 등을 감안하면 직접적인 일본 중형차의 경쟁모델은 그랜저이고, 쏘나타는 한일 중형 세단 경쟁에서 엔트리 차종에 위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 현대는 쏘나타와 그랜저 두 차종으로 일본 중형 세단과 맞붙고 있다. 비슷한 크기의 경우 업체마다 엔진 배기량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쏘나타는 2,400cc, 그랜저는 3,300cc가 주력이다. 어코드와 캠리 한 차종에 2,400cc와 3,500cc를 함께 얹는 일본업체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따라 엔진 배기량의 선택도 중요하다"며 "일본업체들은 2,000cc 미만의 배기량을 중형 세단에 탑재하지 않기에 국내에서 쏘나타의 선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대로선 2,000cc 미만의 쏘나타로 내수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지키며, 2,400cc와 3,300cc 그랜저로 일본 중형 세단과 경쟁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쏘나타를 그랜저 못지 않게 고급화, 일본 중형 세단의 눈높이에 있는 소비자까지 끌어들인다는 얘기다.
일본업체들의 공략도 만만치는 않다. 어코드와 캠리 등이 그랜저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그랜저급 시장을 이미 위협하는 중이고, 필요할 경우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어서다.
일본업체 관계자는 "판매실적을 보며 공격적인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며 "가격인하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쏘나타와 그랜저의 공세가 심해지면 일본업체도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경계하는 곳은 단연 현대다. 중·대형차 가격을 조금 인상한 데 따른 반발수요층이 가격비교 후 일본차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일본차의 가격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일본업체들에 따라 가격정책도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쏘나타는 그랜저 수요까지 일부 흡수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그랜저 판매가 쏘나타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쏘나타와 그랜저는 동일한 플랫폼의 차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나타난 현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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