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향 들판에선 워낭소리 들린다

입력 2009년10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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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노인 내외의 집.
짧은 추석 연휴지만 고향을 향한 귀성행렬이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귀성길이 곧 고생길이건만 그 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고향이 거기에 있고, 늙으신 부모님이 그 곳에 계시기 때문.



올해초 개봉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워낭소리"는 우리에게 그 고향과 아버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예산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관객을 동원했고, 대통령까지 영화관을 찾아 관람했고, 그로 인해 이충렬 감독이 애꿎게 비난받기도 했고, 그 무대가 된 봉화군 산정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난감하다는 등 숱한 신드롬을 낳았던 영화 "워낭소리".



워낭은 부리는 소나 말의 턱 밑에 매어 놓는 방울을 뜻한다. 워낭소리는 영화 "워낭소리"에서만 울리는 게 아니다. 이 땅의 모든 고향들판에서 들려오는 우리들의 아버지, 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다.



두메산골인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2리 산정마을. 이 곳은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 온 농부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가 사는 마을이다. 그들에게는 30년을 부려 온 소가 한 마리 있다. 소의 평균수명은 15년, 그런데 최 노인의 소는 무려 40년을 살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 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허리를 펴는 것조차 힘든 최 노인은 새벽이면 습관처럼 늙은 소를 몰고 밭으로 나간다. 귀가 잘 안들리는 최 노인이지만 소의 워낭소리만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해 자신은 어쩔 수 없이 소가 끄는 수레에 몸을 싣지만, 소가 힘들까봐 늙은 마누라는 수레를 타지 못하고 걷게 한다. 남들이 다 먹이는 인공사료를 주지 않고 소에게 먹일 꼴을 베기 위해 불편한 다리로 움직이는 최 노인, 그는 논에 농약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먹잇감인 풀에 농약이 날아갈까봐서이다. 늙은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최 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개선된 입구.


그러던 어느 봄, 최 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최 노인 또한 의사에게 계속 무리한 일을 하게 되면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소는 죽은 듯 산 듯 느릿하게 움직이고, 최 노인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런 소를 부린다. 최 노인과 소 모두 고된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질긴 인연은 소가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밭둑 한 쪽에 소무덤이 만들어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산정마을 들판.
영화 "워낭소리"가 개봉된 후 한동안 그 부작용이 심각히 거론되기도 했다. 주인공 최 노인 내외의 일상을 캐기 위한 무분별한 취재경쟁과, 실제 인물을 보고싶어 하는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최 노인 가족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 여기에다 봉화군은 최 노인의 집을 관광지화하려는 계획까지 내비쳐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 여러 절충을 통해 현재는 봉화군이 최 노인 내외의 집을 중심으로 한 들판과 소무덤 등을 "워낭소리" 촬영지로 개발해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평일에는 1명, 휴일에는 2명의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해 관광객들의 안내와 홍보를 맡고 있고, 공공근로인력 1명을 별도로 둬 영화의 주인공인 최원균(80) 할아버지를 돕고 있다.



때마침 이 영화가 추석특집 영화로 안방을 찾아간다고 한다(10월4일 오후 11시10분 SBS). 영화를 보고 굳이 "워낭소리" 촬영지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내 고향에서 들려오는 워낭소리에 귀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소는 가고 여물통만 남았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정겨운 고향풍경.
집 앞에 마련된 소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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