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살에 활짝 핀 저 꽃을 보아라

입력 2009년10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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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눈부시다. 쌍계사로 꽃보러 가자.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쌍계사 벚꽃 진 지가 어느 세월인데…라고들 할 것이다. 그럴 때면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자리한 쌍계사는 말없이 씨익, 웃고 있을 듯하다. 그러려니 하면서.

대웅전의 웅장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쌍계사라면 경남 하동에 위치한 고찰을 떠올린다. 천년이 넘는 역사와 함께 봄날 십리벚꽃길로 널리 알려진 대찰이기에. 그 쌍계사 그늘에 가려서 아는 이가 드물지만 이 곳 논산에 있는 똑같은 이름의 쌍계사도 그 못지 않은 아름다운 꽃을 품고 있는 절이다. 대웅전 문살에 활짝 핀 화려하고 정교한 꽃무늬는 강화도의 정수사 대웅보전, 부안의 내소사 대웅보전 꽃문살과 함께 한국의 3대 아름다운 문살로 손꼽힌다. 그러니 우리 이 가을에 논산 쌍계사로 꽃보러 가자.



절입구의 부도밭
그리 깊은 산중도 아니다. 들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불명산 기슭에 자리한 쌍계사와 만난다. 이 곳 중산리는 곶감마을로도 유명해 이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이정표로 삼기도 한다.



입구의 부도밭과 저수지를 지나면 바로 절 주차장이다. 절은 일주문도 없다. 석축 위에 걸터앉은 봉황루를 지나 돌계단을 올라가면 불쑥 대웅전이 모습을 보인다. 불쑥, 이라는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대웅전 외에 이렇다할 눈에 띄는 건물이 없는 데다 한쪽에는 적묵당 복원공사로 어수선해 전체적으로 절집이 휑한 느낌을 주어서이다.

빗모란연꽃살문


물론 그 때문에 대웅전이 한층 도드라져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쌍계사 대웅전은 보기 드물게 정면 5칸, 측면 3칸에 이르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울퉁불퉁한 자연석을 그대로 초석으로 사용한 덤벙주초 위에다, 둘레가 3척이 넘는다는 느티나무를 다듬지 않고 사용한 민흘림기둥은 단순한 웅장함만이 아니라 자연스런 아름다움까지 깃들여 놓았다. 다포식 공포에 팔작지붕의 화려함에다 대웅전 5칸 문살에 수놓아진 꽃살창은 대웅전 전체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한 칸에 두 짝씩 모두 열 짝인 문에 연꽃, 모란, 국화 등 여섯 종의 꽃들이 조각됐는데 그 장식과 기교가 섬세하기 그지없다.



솟을모란꽃살문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화려한 세계가 펼쳐진다. 불당에 모신 삼존불 머리 위로 칠보궁, 적멸궁, 만월궁으로 새겨진 닫집을 세우고 그 주변에는 3마리 극락조가 날고 있다. 닫집이란 집안에 "따로 지어놓은 또 하나의 집"을 말하는데, 불국정토가 바로 이 곳임을 나타낸다.



이런 까닭에 쌍계사 대웅전은 보물 408호로 지정됐다. 사적기에 따르면 쌍계사는 고려 때 창건된 절로, 언제 누가 세웠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 때는 극락전, 관음전, 향로전, 동당, 서당, 명월당, 백설당, 장경각, 해회, 삼보, 요사, 선원 등 500~600여 칸에 이르는 대가람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다가 화재로 여러 차례 소실되고 지금의 대웅전은 영조 15년(1739년)에 지어졌다.

십이지신상 음각된 돌확


대가람의 흔적은 세월에 묻혔으나 이 절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은 지금도 전해진다. 한 때 절의 쌀뜨물이 큰길까지 흘러내려갔고, 숨어있는 고관을 관군이 잡으러 왔을 때 고승이 독경을 하자 침입하지 못했다고도 하고, 대웅전 탱화를 파랑새가 붓을 물고 그렸다는 이야기며, 대웅전 기둥 하나가 칡덩굴로 만들어졌는데 윤달에 이 기둥을 안고 돌면 병을 오래 앓지 않고 저승에 간다는 내용, 북소리가 너무 웅장해 한쪽 가죽을 찢어냈다는 등 믿기지 않는 전설이 남아 있다.



현판뒤에 숨은 두마리 도깨비
이 절에 숨어 있는 4마리 도깨비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대웅전 현판 뒤 윗부분에 좌우로 2마리 도깨비가, 봉황루 처마 밑 창방에 또 2마리 도깨비가 조각돼 있다. 명부전에 모신 지장보살을 위시한 시왕과 장군상들의 웃는 모습도 쌍계사에서 놓치지 말고 눈여겨볼 내용이다.



*가는 요령

석축 위 봉황루
호남고속도로 논산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가야곡면으로 향한다. 68번 도로를 타고 조금 가다 3거리에서 우회전해 602번 지방도를 탄다. 양촌리를 지나 쭉 가다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4km쯤 들어가면 저수지를 오른쪽에 끼고 쌍계사 주차장이 나온다.



논산시내에서 중산리행 버스를 타면 20여분 걸린다.

명부전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민흘림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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