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을 이룬 이맘때 강원도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모두 그림이다. 색색의 고운 단풍이 그려내는 자연의 빛깔이 황홀하고 절묘하다. 정선군 남면 무릉리로 향하면 또 다른 가을색이 기다리고 있다. 드넓은 평원에 펼쳐지는 눈부신 은빛 물결.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민둥산의 가을 빛깔이다.
해발 1119m의 민둥산은 억새산이라고 할 만큼 산 정상이 온통 억새로 뒤덮였다. 산 초입은 잡목으로 우거졌지만 7부 능선을 넘으면 이름 그대로 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민둥산에 억새만이 무성하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민둥산은 20여만 평에 걸쳐 억새바다가 펼쳐진다. 둥그스름한 산정과 구릉을 따라 만발한 억새는 마치 물결처럼 유연히 흐른다. 바람이 불 때면 파도가 일 듯 넘실거리는 은빛 물결의 장관은 눈부신 가을의 서사시다.
여느 산과 달리 민둥산이 나무가 없는 민둥산인 까닭은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매년 산 정상을 태워 나무가 자라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그 때문에 이제는 억새풀만 자라는 생태계를 갖게 되었다.
그 덕분에 시선을 가리는 수목이 없어 민둥산 정상에 서면 어느 곳에서나 조망이 뛰어나다. 민둥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는 함백산과 지장산이, 남쪽으로 두위봉 백운산, 서쪽으로 가리왕산 백석봉, 북쪽으로 상원산, 노추산, 상정바위, 괘병산, 고적대를 비롯해 멀리 두타산과 태백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한쪽에서는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등산객들로, 다른 한쪽에서는 도시락을 먹는 산행팀들로 민둥산 정상은 시끌벅적하다. 또 더러는 눈앞에 펼쳐지는 억새평원의 장관과 오색단풍 물든 산세에 취해 정상에서 파는 커피 한 잔을, 막걸리 한 사발을 청하기도 한다. “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막걸리가 여깄어요~” 외치는 청년의 목소리가 억새와 함께 춤춘다. 민둥산 억새는 키가 거의 한 길이 넘고 색깔이 매우 짙은 것이 특징이다. 자칫 등산로를 벗어난 길로 들어서게 되면 앞을 가로막는 억새로 인해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그 때문에 민둥산 억새 군락지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었다.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산로가 산책로처럼 멋스럽다.
민둥산은 산세가 둥글둥글 원만한 듯 보이나 초입의 가파른 산길이 노약자에게는 좀 힘든 편이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평탄한 등산로가 펼쳐지므로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도 많이 눈에 띈다.
민둥산 산행은 증산역 북쪽 증산초등학교 아래 민둥산가든을 기점으로 삼는다. 민둥산가든 앞에 승용차 주차장이 있다(무료). 민둥산가든-경전선 철로 아래 길 - 낙엽송지대 -민둥산 남릉 등산로 - 억새밭 -민둥산 정상-지억산쪽 능선길 -함몰지대-발구덕마을에 이르는 코스(약 5km , 편도 약 3시간 소요)가 기본.
등산보다 억새군락지를 보는 게 목적이라면 능전마을에서 출발하는 편도 1시간30분의 짧은 코스도 있다. 발구덕마을까지 차로 오를 수도 있다. 증산초등교 뒤로 난 421번 지방도로를 따라 능전마을에 이르면 왼쪽(서쪽) 골짜기 안으로 발구덕마을로 이어지는 농로가 보인다. 절반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고 절반은 비포장길이다(억새꽃 축제기간인 11월 1일까지는 이 길이 통제된다).
*맛집
등산로 초입에 메밀묵이나 수수부꾸미 등 강원도 향토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자리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정선읍내로 들어간다. 정선의 별미인 곤드레나물밥을 맛볼 수 있는 동박골식당(033-563-2211), 미락정(033-563-4477), 고향식당(033-562-8929) 등이 있다. 시장 안 먹자골목으로 가면 콧등치기 국수, 감자떡, 총떡 등 정선의 향토음식을 맛보고 장구경도 할 수 있다.
*가는 요령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새말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국도 42번을 타고 평창 - 정선으로 달린다. 정선읍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남면 방향으로 향하면 421번 지방도가 만나는 증산초등학교가 나온다. 발구덕마을로 가려면 지방도 421번을 타면 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