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 스민 숨결과 가을 서정 만끽

입력 2009년10월3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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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은 고택.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그 속의 풍경들도 더없이 멋스럽다.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는 고택은 늦가을을 닮았다. 만추에 만나는 고택은 그래서 더욱 그윽하고 멋스럽다.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하개리, 속리산 자락과 구병산 맑은 골짜기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선병국 고택도 지금 가을 속에 잠겨 있다. 가옥을 빙 둘러싼 소나무숲으로 들어서면 무르익은 가을이 집 안팎을 꽉 채운다. 담장을 넘는 키 큰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과, 황금색으로 변한 마당의 잔디, 여름을 달궜던 화단의 붉은 꽃들은 기세를 꺾고 가을에 투항한 모습이다.

99칸을 둘러싼 담장.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선병국 가옥은 조선 후기 전남 고흥을 본향으로 일대 치부를 이룬 보성 선씨 가문이 명당을 찾아 세운 99칸 집이다(99칸은 방의 수가 아니라 기둥과 기둥사이를 세는 단위). 당시 99칸인 집은 민가가 꾸밀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였다. 1904년부터 1921년에 걸쳐 건축된 이집은 개화물결이 휘몰아치던 시기에 개인 살림집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가을볕을 즐기는 견공.
집은 안채와 사랑채, 사당을 기본으로 대문채, 행랑채 등의 부속건물을 갖추고 있다. 담장은 안담과 바깥담으로 둘러쌌다. 바깥담 솔밭 숲속에 옛주인 선 씨의 효자정각도 있다. 처음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 살펴 봐야 할 지 어리둥절해질 지경이다.



먼저 솟을대문을 통해 마당으로 들어서면 다시 한 번 규모의 방대함에 놀란다. 중문 너머 사랑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ㄷ자형 곳간, 그 안에 안채가 자리잡았다. 안채는 잘 다듬은 자연석 기단 위에 세워진 11칸 건물이다. 건물 외벽을 따라 쪽마루가 설치돼 있어 각각의 방으로 이동할 수 있게 했고, 가운데 넓은 대청을 중심으로 양 옆에 큰 사랑방, 골방, 약방이 줄지어 있다.

부엌의 절구.


안채 마당의 화단과 오래된 소나무에 감탄하는 이들이 많은데, 몇몇 이들은 안채 후원의 장독대를 눈여겨 본다. 몇 년 전 화제가 됐던 씨간장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이다. 당시 대대로 내려오는 이 집안의 씨간장을 부어 만든 덧간장 1ℓ가 "350년 묵은 간장"이라 하여 한국골동식품예술전에 초대됐다가, 한 대기업 회장집에 무려 500만원에 팔려 나간 적이 있어서다. 고려 때 명나라 사신으로 왔다가 귀화한 보성 선 씨 집안에는 제사 때나 맏며느리가 아기 낳을 때, 어른들 생신 때는 이 씨간장으로 맛을 낸다고 한다. 달이지 않고 햇볕에 숙성시킨 간장은 색이 검고 맛이 단 게 특징.



자연석과 흙으로 만든 토담.
장안에 화제가 됐던 씨간장보다 기억해야 할 건 "위선최락(爲善最樂:선을 행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을 몸소 실천했던 이 집안의 가풍이다. 실제로 선병국 가옥 앞에는 선 씨 자손의 효를 칭송하는 효열각과, 철로 만든 시혜비가 있다. 소작인들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세금까지 내준 것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감사의 증표다. 뿐만 아니라 "관선정"이라는 서당을 지어 유능한 수재를 모아 무료로 가르쳤다고 하니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가 바로 여기 있다.



선병국 고가에 내려오는 이러한 유무형의 자산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숙박을 통해 고택체험도 할 수 있다. 주말에는 신청자가 많으므로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사랑채는 전통다원으로 개방하고 있어 차 한 잔을 마시며 고택 분위기와 여유를 체험할 수 있다. 043-543-7177

솟을대문.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 당진, 상주고속도로 청원분기점 - 속리산IC - 장내 3거리 505번 지방도 - 개안리 - 고택.

장독대.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울창한 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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