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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고 그윽한 늦가을 계곡 |
소백산 기슭에 자리한 희방사에도 가을이 깊었다.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주시에 걸쳐 있는 해발 1,439m의 소백산은 1987년 1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이다. 완만한 산등성이와 끝없이 펼쳐지는 운해, 수림이 장관을 이루는 그 곳에는 사철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품에 안긴 희방사를 찾아가는 여로 또한 깊고 그윽한 가을 속으로 빠져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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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중턱의 희방폭포 |
구불거리는 죽령고개를 넘어서면 희방사지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연결된다. 찻길은 주차검문소를 지나 희방사 매표소까지 쭉 이어진다. 구불구불 산굽이를 따라 도는 길은 절정을 넘긴 단풍이 꽃잎처럼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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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혜를 갚아 기쁘다는 뜻의 희방사 |
매표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희방사로 오르는 길은 연화봉(1,383m)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그 길은 여름철 우거졌던 숲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아직 가지에 매달려 있는 단풍들은 마지막까지 남은 빛깔을 황홀하게 펼쳐 보인다.
물소리에 발길이 멈춰진다. 폭포로는 보기 드물게 높은 곳(해발 850m)에 위치한 희방폭포다. 수량이 줄어든 탓일까. 높이 28m로 내륙지방에서 가장 큰 폭포라는 위용이 언뜻 실감나지 않는다. 물소리도 우레와 같은 여름날의 그 것에 비하면 한 풀 꺾인 느낌이다. 하지만 가파른 암반을 타고 쏜살같이 미끄러지는 그 모양새를 보고 있자면 예사롭지 않다. 떨어지는 물줄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소(沼) 가장자리에 무리지은 낙엽들이 허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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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운대사와 호랑이 전설의 희방사 |
희방폭포를 왼쪽으로 끼고 난간을 200여m 오르면 희방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래 전 봤던 모습과 절집은 많이 달라져 있다. 우람하게 나앉은 대웅보전도 새 모습이고, 강당 건물도 눈에 익지 않은 새 건물이라 아쉽다. 변하지 않은 건 두운대사와 호랑이에 얽힌 전설뿐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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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당 |
신라 때 두운이 태백산 심원암에서 이 곳의 천연동굴로 옮겨 수도하던 중, 어느 겨울밤에 호랑이가 찾아들어 앞발을 들고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 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호랑이의 목에 여인의 비녀가 꽂혀 있는 게 아닌가. 사람을 해친 게 틀림없어 보였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모양을 보니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가엾은 생각에 비녀를 뽑아줬다. 그 뒤 어느 날 밖에서 나는 기척에 두운이 문을 열어보니 어여쁜 처녀가 호랑이 옆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처녀를 정성껏 간호하고 원기를 회복시킨 다음 사연을 물으니 그녀는 계림의 호장 유석의 무남독녀였다. 처녀의 말에 따르면 그 날 밤 혼인을 치르고 신방에 들려고 하는데 별안간 불이 번쩍하더니 몸이 공중에 떴고 그 뒤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두운은 굴 속에 싸리나무 울타리를 만들어 처녀와 따로 거처하며 겨울을 넘긴 뒤 처녀를 집으로 데려다줬다. 이에 처녀의 아버지 유호장은 두운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동굴 앞에 절을 지어주고 절 이름도 은혜를 갚게 돼 기쁘다는 뜻의 희(喜), 두운조사의 참선방이란 걸 상징하는 방(方)을 써서 희방사(喜方寺)라 지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희방사는 여러 차례 화제로 소실되고 중창됐는데, 6.25 때 다시 전란으로 소실되고 말았다. 당시 훈민정음 원판과 월인석보 1, 2권의 판목을 보존하고 있었으나 함께 소실되고 지금의 건물은 1953년에 중건돼 오늘에 이른다. 등을 맞댄 쌍룡을 정교하게 새긴 희방사 동종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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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로 지정된 동종 |
여유있는 일정이라면 소백산 정상까지 오르는 등반도 시도해 볼만하다. 일반적인 소백산 등산로는 희방사 - 국립천문대 천체관측소 - 연화봉 - 비로봉 - 비로사 - 천동계곡에 이르는 코스다. 등산보다 걷기나 생태체험에 관심있는 이들은 소백산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여러가지 탐방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좋다.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 054-638-6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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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정취 |
*맛집
풍기읍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목인 순흥면 초입에 소문난 순흥전통묵집(054-634-4614)이 있다. 마을에서 농사지은 메밀을 사모아 전통적인 방법으로 그날그날 묵을 쑤어낸다. 채 썬 메밀묵에 김치 무친 것과 무채를 넣고 김가루와 깨소금을 얹은 뒤 멸치국물을 부어준다. 부드럽고 구수한 묵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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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장전 |
*가는 요령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중부)고속도로 - 신갈(호법)IC -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IC - 중앙고속도로 - 풍기IC에서 빠진다. 풍기 인터체인지를 나와 우회전해 두 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 국도 5번을 타고 단양·제천방면으로 향한다. 육교를 지나자마자 희방사쪽으로 우회전해 올라가면 검문소를 지나 매표소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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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색 단풍 물든 길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