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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인사 전경. |
억새꽃 군락지로 유명한 포천 명성산은 억새꽃이 절정을 이룰 때면 전국에서 몰려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올해도 지난 10월중순에서 11월초순까지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명성산을 찾아 은빛 억새꽃 장관을 즐겼다. 억새꽃 물결이 스러진 지금도 명성산을 오르는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억새꽃 진 자리에 저만치 가고 있는 가을의 뒷모습을 쫓아서, 산 아래 자리한 작은 절집 자인사의 활짝 웃는 미륵불을 만나기 위해서.
명성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리 자인사를 알고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등산을 마친 이들이 가파른 하산길을 다 내려와 지친 걸음을 조금 쉬어가고 싶을 지점에서 자인사가 나타난다. 물맛 좋은 우물을 앞세우고서. 그래서 등산객에겐 심산유곡 어느 대찰보다 반가운 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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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면상. |
절집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거대한 포대화상 석불이다. 늘어진 턱살과 부푼 배를 드러낸 채 껄껄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극락보전과 삼성각 정도만 갖춘 작은 절집 규모에 비해 지나치리만큼 큰 석불은 언뜻 부자연스럽게 보이지만 나름 의미를 가졌다. 궁예와 왕건의 악연을 영계(靈界)에서나마 풀고 미륵세계를 구현한다는 기원을 담은 것이다.
절 마당 한쪽에 있는 잿터바위는 이 절이 왕건과 얽힌 전설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서기 905년 왕건이 태봉국 궁예왕의 수하 장군으로 있을 때였다. 궁예의 명으로 후백제의 금성을 공격하러 가게 된 왕건은 출발 전 이 바위에다 제물을 올리고 산제를 지냈다. 그 날 밤 현몽을 받은 왕건은 자신감을 얻게 됐고 전투에서도 승리했다. 그 후 후삼국을 통일한 태조 왕건은 국가의 태평과 국민의 안녕을 기원할 때면 이 바위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을 "재를 올린 터"라 해 "잿터바위"라 하며, 이 곳에서 기도하면 소원을 성취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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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각. |
절집으로 오르는 계단 왼쪽에 있는 이 바위는 마치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반대편의 개구리 모양의 바위를 낚아채기 직전의 형상이다. 풍수지리로 볼 때 이는 더없는 명당 명혈이라고 한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 태조에 오른 후 이 곳에 자신의 시호를 따 약천암(若天蓭)이라는 작은 암자를 지었다. 이후 화재로 소실됐으나 충렬왕 3년(1227년)에 재건됐고, 한국전쟁 때 전소된 걸 1964년 다시 지어 지금의 자인사에 이른다.
미륵불과 석탑이 오밀조밀 자리잡은 좁은 경내를 둘러보면 재미있는 목신상이 곳곳에 있다. 극락보전 주변에도, 종무소 뒤꼍에도 익살맞고 과장스런 귀면상이 숨바꼭질하듯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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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터바위. |
절집을 에워싼 울창한 숲길도 좋다. 오색단풍으로 물들었던 숲길이 이제는 발 아래 수북한 낙엽을 떨구고 섰다.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내려가면 산정호수가 기다린다. 만추의 햇살을 받은 호수가 아름답게 반짝인다.
*맛집
유명한 포천막걸리와 이동갈비의 본고장이 이 곳이다. 47번 국도를 따라 포천시 일동면과 이동면, 백운계곡 입구까지 갈비집이 이어지는 이동갈비촌은 1954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다시피 한, 포천을 대표하는 별미다. 담백한 생갈비와 각종 과일로 양념한 부드러운 양념갈비에 곁들여지는 얼음 동치미가 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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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객에게 반가운 우물. |
대를 이은 술도가도 이 곳에 즐비하다. 최근 막걸리의 맛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일본을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면서 막걸리는 그야말로 국민주(酒)가 됐다. 막걸리의 본고장에서 막걸리맛도 경험해보자.
*가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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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거진 숲길. |
동부간선도로가 가까운 경우 의정부 방향으로 진입하고, 장흥이 가깝다면 동두천 방향에서 진입하는 게 빠르다. 의정부에서 국도 43번을 타고 포천·철원 방향으로 향하다가 성동 3거리에서 직진해 운천 제1교차로 - 문암 3거리에서 우회전한다. 한화콘도를 지나면 산정호수 매표소. 이 곳을 지나 오른쪽으로는 명성산,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평강식물원이다. 혹은 성동 3거리에서 우회전하거나 국도 47번을 타고 수입교차로에서 산정호수·명성산 방향으로 접어든다. 자인사는 산정호수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면 오른쪽 숲길로 이어진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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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정호수와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