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동차 FTA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자동차분야가 미국에서 문제되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동차부문 재협상 논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은 한국 내에서 판매되는 미국차의 실적 때문이다. 올해 10월까지 미국차는 국내에서 4,900여대가 팔렸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차의 미국 내 판매실적은 63만대에 이른다. 기아의 경우 100% 완성차를 수출했고, 현대는 앨라배마공장 생산분이 포함됐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 입장에선 엄청난 불균형이 아닐 수 없다.
양국 내에서 이 처럼 판매실적이 대조를 보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제품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한국 내에 중·대형차 위주로 판매하는 반면 한국은 중·소형차 제품군이 주력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미국 내에서도 중·소형차 인기가 높아져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물론 이를 감안해도 양국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은 심각하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따라서 미국은 어떻게든 한국 내에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해법 찾기를 원했고, 한국은 문제가 있다면 다시 이야기해보자는 차원의 원론적인 동의를 해준 셈이다.
이미 타결된 FTA 협상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자동차부문은 내수시장에서 미국 중·대형차에 유리하도록 협정에 서명했다. 중·대형차 개별소비세를 내리고, 자동차세를 낮추는 데에도 합의해줬다. 이로 인해 줄어드는 8,000억원의 세수는 기름값을 올려 충당키로 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대로 일부 재협상을 한다 해도 한국이 내놓을 카드는 더 이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업체들이 한국에서의 생산을 통해 판매를 늘리지 않는 한, 또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면 미국차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이번 일을 놓고 그 동안 지나치게 국산차업체를 보호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찌감치 자동차시장을 개방했는데도 수입차가 팔리지 않았다면 미국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차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국 내 한국차 판매가 좋아지니 서로 시장을 완전 개방하자고 한 걸 미국이 고깝게 여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으나 업계는 부속협정 등을 통해 추가적인 FTA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하는 일에 자동차업계가 끼어들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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