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삶 내려 놓고 예서 머물고 싶다

입력 2009년11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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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내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봉화 방면으로 달리면 곧 번잡한 도심이 멀어지고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그 길은 퇴계 이황 선생을 기리는 도산서원 가는 길이기도 해 일명 "도산로"라 불리는데, 도산서원 외에도 오천문화유적지, 한국국학진흥원, 산림과학박물관, 퇴계종택 등이 위치하고 있어 안동을 찾는 외지인들이 한 번은 꼭 달리게 되는 길이다.

농암종택


도산서원을 지나 북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곧 안동시계를 넘어 봉화군 청량산도립공원으로 향하는데, 바로 그 직전에 "농암종택"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국도를 버리고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과연 이 곳으로 찻길이 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좁은 길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진다. 길을 따라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절벽 아래로 흐르는 푸른 물줄기, 은빛 모래밭 건너편에 자리한 고색창연한 정자까지 더해져 마치 그림 속으로 들어선 듯하다.



농암종택은 그 곳에서도 더 안쪽으로 들어간 위치에 있다. 낙동강 상류의 청량산 자락, 농암종택이 자리한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 마을(佳松)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시정 넘치는 마을이다. 고산정, 월명담, 벽력암, 학소대 등 가송리 협곡에 펼쳐지는 빼어난 풍경들은 일찍이 퇴계 선생이 사랑한 도산9곡의 비경들이다.

사랑채


농암종택은 농암 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한 집으로, 직계 자손들이 650여 년간 대를 이어 살고 있다. 원래 집터가 안동댐 건설로 물속에 잠기게 되자 이 곳으로 집을 옮겨 왔다.



<어부가>로 유명한 농암 이현보(1467~1555)는 자연을 노래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시조작가로 우리 국문학사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니 이 것만으론 그를 표현하기 부족하다. 후세사람들은 그를 문인 이전에 "당차고 소신있는 신하이면서도 사림과 훈구 모두로부터 신망이 두터웠고, 백성들에겐 자상한 목민관이요 부모에겐 더없이 살가운 효자였으며, 벼슬과 출세에 매달리지 않은 자유인이요 풍류객"으로 평가한다.

고택의 아름다움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연로한 부모를 모시기 위해 지방근무를 자청했고, 거듭 붙잡는 중종의 청을 거듭거듭 뿌리치고 결국 지방 수령으로 고향에 내려온 그는 94세의 아버지가 늙어가는 걸 아쉬워하며 하루하루를 사랑한다는 뜻에서 ‘애일당(愛日堂)"이란 정자를 짓는다. 이 곳에서 그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부모와 고을 어른들을 모셔다 잔치를 베풀었고, 잔치 때면 어린 시절 자식으로 돌아가 때때옷을 해 입고 부모 앞에서 어린 아기가 돼 재롱을 부렸다고 한다. 이렇듯 지극한 효도를 다한 이현보를 사람들은 "때때옷 입은 선비"라 불렀다. 사후 그에게 내려진 시호 또한 효절공(孝節公)이었다.



종택은 2,000여 평의 대지 위에 사당, 안채, 사랑채, 별채, 문간채로 이뤄진 본채와 긍구당, 명농당 등의 별당으로 구성돼 있다.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길을 잡는 빼어난 건물이 긍구당이다. 650여년(1350년경 건립)의 역사를 지닌 건물로, 농암의 고조부인 이헌이 지었다. 농암은 이 집에서 태어났고, 또 이 집에서 여생을 마쳤다. 농암 사후 농암종택의 중심건물이 돼 모든 문사는 여기서 결정됐다. 건물은 몇 차래 중수했으나 원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긍구(肯構)’란 "조상의 유업을 길이 이어가라"는 뜻으로, 편액글씨는 영천자 신잠 선생이 썼다.

긍구당의 만추


명농당은 1501년 농암이 귀거래(歸去來)의 의지를 표방하고 지은 집으로, 벽 위에 ‘귀거래도’를 그렸다. 종택 사랑마루에는 선조임금이 농암가문에 내린 ‘적선(積善)’이란 어필이 걸려 있다. 크기가 무려 1m나 되는데, 선생 아들 매암 이숙량이 왕자사부(王子師傅)의 벼슬을 받아 선조 임금께 나아가 사은숙배하니 임금이 “너의 집은 적선지가(積善之家)가 아니냐”라 하시고 즉석에서 써서 하사했다고 한다.



농암종택은 안동시의 ‘고가옥활용 프로그램’에 의해 개방돼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친필의 농암선생 <어부가>와 퇴계선생의 <도산12곡>의 탁본도 한다. 종택 주변의 여러 유적들은 ‘분강서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암 당시에 지어진 집이며, 앞산 너머 청량산 남쪽 언덕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

낙동강 상류 청량산 자락 가송리


*숙박 : 054-843-1202, 홈페이지 www.nongam.com



*맛집

들판풍경
농암종택 주변에는 눈에 띄는 음식점이 없다. 가까운 청량산도립공원 관광단지로 나가거나, 도산서원 가는 길목에 있는 도산대가(054-852-6660)를 찾으면 헛제사밥이나 간고등어정식 등 안동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안동시로 들어간다. 봉화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온혜초교 가송분교를 지나 산허리를 돌면 오른쪽으로 농암종택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대한래프팅이 있는 3거리다. 우회전해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마을회관을 지나 강가로 난 길 안쪽에 농암종택이 있다.

선조어필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동양화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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