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결국 일본에서 승용차 판매를 접기로 했다. 연말까지 일본 내 38개 판매점과 협의를 끝내고 구체적인 철수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지난 2001년 한류스타 배용준 씨를 앞세워 당당하게 도전했던 일본성벽 앞에서 결국 판을 걷게 된 셈이다.
사실 현대차의 일본 실패는 진출 초기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된 상황이었다. 일본의 경우 수입차 판매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수입차도 유럽산, 특히 독일차 판매가 대세여서 한국이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일본 안방 공략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을 누를 수 없다고 판단, 일단 밀어붙였다.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일본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실제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량은 764대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501대와 비교하면 증가지만 한 해에 1,000대 팔기 힘든 상황은 결국 철수 결정의 배경이 됐다.
현대의 일본 정착 실패는 무엇보다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전략적인 실패가 원인이다. 일본은 경소형차 천국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은 차, 소형차를 애용한다. 일본 메이커 제품군에 분명 중대형차가 많지만 일본 내수시장에선 경소형차 경쟁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현대는 일본 내 경소형차를 겨냥한 전략 차종이 없었던 이유로 중형차 쏘나타를 적극 내세웠다. 쏘나타는 배용준 씨의 한류효과로 한 때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소비자에게 중형차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게다가 같은 값이라면 한국차보다 일본차가 낫다는 인식이 뚜렷해 굳이 한국산 중형차를 구입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한국에 자동차 기술을 전수해 준 일본으로선 한국차의 일본 내 판매가 우스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현대가 일본을 택한 것은 그만큼 일본차와의 수준차가 줄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만약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이를 발판 삼아 세계 시장에서 일본차를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대차, 일본 내 시장 장악하다"라는 얘기가 돌면 자연스럽게 현대의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되고, 해외 소비자들은 일본차와 현대차를 동일 선상에 올려 놓고 비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의 기대는 눈물로 되돌아 왔다. 일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제품력 차이만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겉으로는 일본차가 한국차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하는 형국이 됐다. 한일 FTA를 자동차업계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 대표주자 토요타가 한국 내에서 제대로 자리 잡는 것을 보면 현대가 왜 일본을 두려워 하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보다 철저한 품질 벤치마킹과 우리보다 앞서 있는 제품력의 근간을 찾아내 이를 뛰어 넘어야 한다. 제품력 차이가 없다 해도 브랜드와 서비스 등도 결국 제품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는 소비자 우선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국내 소비자에게조차 거센 비판을 받게 된다면 자칫 안방마저 잃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눈물을 일본에서만 흘리라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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