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LPG 공급회사에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무려 6,6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를 두고 공정위와 LPG 업계 간 첨예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이번 과징금 부과를 두고 LPG차 운전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담합을 통해 올라간 LPG 가격이 고스란히 기업의 이익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LPG 가격이 비싸다고 토로했던 불만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문답을 통해 이번 사태를 파악해본다.
-담합 판정 배경은.
"공정위는 LPG 국제가격이 지난 2007년 12월을 고점으로 진정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LPG 판매가격이 2008년 1월 이후에도 높게 형성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를 계기로 2008년 4월 수도권 충전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LPG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원인으로 LPG 공급사의 가격인상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정유사와 LPG 수입사가 서로 가격 정보를 주고 받으며 차액 없이 일정하게 공급가격을 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LPG 공급사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LPG 수입사의 경우 2003년부터 2008년 동안에 높은 영업성과를 실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kg당 연평균 마진이 33.21원으로 세 배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4.6배 증가했다.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LPG 가격이 공정하게 경쟁되지 못하고 담합에 의해 높은 공급 가격이 형성됐다는 것 자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고 무려 6,689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산정기준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가격담합과 같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액의 10%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담합기간 동안 관련 매출액을 21조원으로 추산했다. 법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면 최대 2조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일부 감경 등을 감안해 최종 과징금 규모는 6,689억원으로 정했다. 심사보고서에서 심사관이 제시한 과징금보다 낮춰 부과한 이유는 기업들의 부담능력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체별 과징금 규모가 논란이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는 모두 6곳이며, 이 중 SK가스가 1,987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과징금이 면제됐다. 이른바 리니언시 제도 때문이다. 담합을 1순위로 자진신고해 면제를 받은 것으로, 담합에 따른 이익을 가장 많이 취한 회사가 고스란히 과징금을 면제받는 것이어서 논란이다. 쉽게 보면 부당한 행위로 얻은 이익이지만 자진 신고했다는 이유로 이익을 그대로 인정받는 셈이다"
-LPG업계의 반응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LPG업계는 공정위가 담합했음을 입증하는 주요 논거로 판매가격이 거의 같다는 것과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한 업체의 사전 의사연락 증거를 들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LPG 판매가격이 같다는 것은 동일한 제품이 단일 가격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경제학 이론, 이른바 일물일가의 법칙 상 당연한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선다. 실제 LPG 가격은 어느 한 공급자가 높게 결정할 경우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가장 낮은 가격으로 하향 수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한다.오히려 동일한 제품 가격이 공급자별로 틀리다면 시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보면 동일한 제품을 일부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SK계열사가 자진신고하며 제시한 진술에 허위 사실이 다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서면제출 자료도 사후에 작성한 게 확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업계의 주장을 무시하고 담합사건을 서둘러 결론내린 것도 문제라고 항변하고 있다"
-소송을 하면 담합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는지.
"공정위가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영표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과징금 부과에 대한 불복 소송 비율은 2007년 18.1%에서 지난해 48.2%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엔 56.1%다. 기업들이 법정소송을 통해 돌려받은 과징금도 지난 상반기 1,430억원으로 전체 과징금의 82.6%에 달한다. 따라서 일부에선 과징금이 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LPG 과징금 부과도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과징금 부과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LPG 업계의 관측이다"
-LPG 가격결정 구조는.
"가격결정 구조를 알기 위해선 먼저 유통단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부탄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입가격에 운임, 보험료, 각종 부대비용을 통해 원가가 구성된다. 달러로 결제하기에 환율 변동도 감안된다. 이렇게 원가로 도입된 LPG는 국내 수송비, 가스안전관리부담비, 영업비, 마진이 붙어 공급가격이 형성된다. 여기에 380원의 고정 세금이 부과되고, 세금과 공급가격을 더한 가격에 부가세 10%가 더해지면 충전소 공급가격이 된다. 충전소가 평균 ℓ당 60원에서 100원의 마진을 붙이고, 그런 다음 다시 부가세 10%가 더해져 소비자가 구입한다. 따라서 판매가격이 900원이라면 충전소는 810원 정도에 파는 것이고, 충전소 마진을 100원으로 보면 710원에 공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여기서 부가세를 제하면 650원 정도가 되며, 650원에서 세금 380원을 빼면 LPG 공급사의 공급가격이 산출된다. 공급가격 안에 마진과 도입비용 등은 모두 포함돼 있다"
-다른 나라의 LPG 세금은.
"최근 LPG와 관련해 주목받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오는 2018년까지 LPG 연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ℓ당 9센트로 동결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00원 정도다. 휘발유에 1,000원의 세금이 붙는 것을 감안하면 전략적으로 LPG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연료마다 부과하는 세금이 다르지만 사실 자동차에 있어 연료세금정책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어떤 연료의 세금을 조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선 해당 연료별 자동차의 판매량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LPG 세금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 LPG차 많이 늘어났지만 정부 세수가 부족해 LPG 세금을 올린 적이 있다. LPG차 인기가 하루 아침에 시들해졌다"
-LPG뿐 아니라 휘발유의 세금비중도 높은데.
"사실 정부가 최근 유가안정대책으로 내놓은 것 중 큰 것만 꼽아도 1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세금 비중 때문이다. 쉽게 보면 세금 비중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기름 값을 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금을 내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정유사의 마진이 정액으로 동일하다고 할 때 기름 값이 오르면 유일하게 늘어나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따라서 정부도 세금 인하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LPG 가격이 이번 사태로 떨어질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LPG 공급사들이 가격을 차별적으로 정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공급사마다 가격차가 거의 없거나 있어봐야 리터당 0.1원 정도였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후 kg당 28.6원 낮게 책정한 곳도 있고, 부탄가격을 25원 내린 곳도 있다. 나름대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따라서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갈 여지는 있다. 하지만 공급가 인하가 곧 판매가 인하로 볼 수는 없다. 중간 충전소가 마진을 흡수하면 효과는 또 사라지게 된다. 결국 각 충전소에 모든 공급사들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고, 충전소도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을 때 다소나마 인하 여지가 발생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