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나한 표정과 몸짓에서 문득 깨달음을…

입력 2009년12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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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 털어버려야 할 근심이나 미련이 있는가, 아니면 간절히 원하는 마음 속 바람이 있는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사람들 가슴속은 여러 생각들로 복잡다단하다. 그럴 땐 겨울 산사로 가보자. 낙엽 쌓인 호젓한 숲길을 지나, 맑고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겨울 산사 가는 길은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성찰의 여로다. 메마르고 삭막한, 그래서 홀가분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맞는 절집에 다다르면 마음 속에 가득했던 세상사의 시름이 저 만치 물러나는 듯하다.

삼층석탑이 있는 절마당


거조암은 경북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에 있는 작은 절이다. 근처에 있는 대찰 은해사의 말사다. 암자라면 으레 산중 깊숙히 자리하고 있어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곳으로 여겨지지만 이 곳 거조암은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난다. 찻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도 그러하거니와 이 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늘 끊이질 않는다. 그 까닭은 아마도 국보 제14호로 지정된 영산전이 있기 때문이리라.



돌계단을 오르면 영산전이 나온다
불교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이나 건축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영산전은 아주 유명하다. 간결하고 특이한 건축미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이 곳에 모셔진 오백 나한의 갖가지 표정과 모습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절집과 마주하면 소문난 영산전의 그 모습을 바로 만날 수 있다. 법고와 목어가 걸린 영산루 아래를 지나 돌계단을 올라가면 단청도 문양도 없는, 여느 절집 건물과 다른 밋밋한 건축물 하나가 눈 앞에 나타난다. 얼핏 보면 경서의 판각을 보관하는 경판각 같다.

거조암 영산전


돌기단 위에 정면 7칸, 측면 3칸의 길쭉한 맞배지붕으로, 작은 절집에 비해 건물의 규모가 보기 드물게 크다. 고려시대 목조건축물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꼽힌다. 현재 남아 있는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은 부석사 무량수전과 조사당, 예산 수덕사 대웅전과 함께 이 곳 거조암 영산전이 전부다.



영산루
다른 법당과 달리 가운데 하나뿐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역시 다른 법당 건물 내부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간결하고 단순한 건물답게 내부공간도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좌우는 물론 중앙쪽 벽에도 널찍한 살창을 둬 조명과 환기 구실을 하도록 설계했다.



영산전이란 원래 석가여래가 영축산(영취산)에서 묘법연화경을 설파하는 상황을 그린 영산회상도를 모시기 위해 특별히 지은 법당을 말한다. 거조암 영산전에는 그림 대신 법당을 가득 메운 오백 나한이 그 장면을 재현하고 있는 듯하다. 가운데 불단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거느린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오백나한상이 둘러앉아 마치 석가의 말씀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익살맞은 얼굴로, 더러는 하품을 참고 있는 듯한 모습도 있고, 한쪽 무릎을 세워 안고 심드렁히 귀를 기울이는 나한도 있다. 마치 속세의 인간군상을 보는 것 같다.

오백나한상


제각각의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는 오백 나한의 모습을 하나하나 보다보면 어느 새 자신의 입가에 빙그레 떠오르는 미소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보였을 때 미소 지었다는 가섭존자처럼….



조명과 환기 구실을 하는 살창
*맛집

거조암 주변에는 음식점이 없다. 근처 은해사 입구에 음식점이 몇 있으나 겨울철에는 거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영천시내나 하양읍으로 나가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영천시 금호읍의 할매추어탕(054-331-4534)이나 자양면의 잉어찜전문점 자양식당(054-336-9014)이 이름난 맛집이다.



산신각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영천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영천시내를 경유한다. 의성·안동방면 방향으로 국도 28번을 따라 달리면 신령면에 이른다. 이 곳에서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면 거조암까지 약 5분 거리. 혹은 경부고속도로 경산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하양 방면으로 향한다. 919번 지방도를 타고 신령면으로 달리면 은해사 입구 4거리를 지나 곧 거조암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거조암 주차장이다.



절 뒤쪽 중앙에도 환기창을 두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환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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