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6단 변속기가 대세다. 나아가 7단, 8단 변속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현대차도 8단 자동변속기를 내년 말 선보이며 경쟁에 동참하게 된다.
이처럼 "자동변속기 고단화 경쟁"이 시작된 가장 큰 이유는 불황과 유가상승에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사람들은 보다 효율성 높은 차를 선호하게 됐고, 갈수록 환경 규제가 심해지자 각국 정부는 친환경 차에 대한 지원을 밝히며 소위 그린카 시대를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업체들은 엔진 동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변속기 고단화로 눈을 돌렸다. 이 경우 연료효율이 높아져 그만큼 친환경에 다가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과거 4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최근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기어비 설정 또한 한결 여유로워져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 업체들은 나아가 7단 혹은 8단 이상의 변속기를 내보이며 기술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그러나 고단화 경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들이 고단화를 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명분이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다. 현재 유럽에서는 엔진 줄이기가 대세다. 대신 터보차저를 얹어 성능은 유지하되 연비를 향상시킨다. 배기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터보차저의 특성상 발생되는 ‘터보랙’을 상쇄시키기 위해 변속기 다단화를 도입했다. 쉽게 보면 터보랙이 발생하는 엔진 저회전 구간에서 변속기의 기어비 조절을 통해 터보랙을 상쇄시킨다는 뜻이다. 따라서 유럽의 변속기 다단화는 효율을 높이고 운전하는 즐거움을 뺏지 않는 데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다르다. 기존 변속 영역을 그대로 잘게 쪼갠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가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변속기는 쉴새 없이 작동한다. 이런 개념의 다단화라면 6단 이상의 고단 변속기에서는 효율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그 효용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다단화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소비자 또한 필요성을 공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고단화 경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소비자의 호응도 얻을 수 있다. 지나친 다단화로 원가가 올라가면 결국 부담은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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