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로의 도약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올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젠 선진국 브랜드의 인수.합병과 기술개발 등을 통해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중국 저장지리그룹(浙江吉利集團)은 올해 초 호주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포드자동차의 스웨덴 자회사인 볼보를 인수키로 사실상 확정했다. 지리그룹은 23일 성명을 통해 "포드자동차와 볼보를 인수하기 위한 중요한 계약 조건에 대해 의견일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지리그룹은 이어 2010년 1분기에 주식거래 계약을 체결한 뒤 유관 감독기관의 비준을 거쳐 2분기에 인수합병 계약을 완전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그룹은 선진국의 자동차 기술을 이전받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 온 볼보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인 볼보는 1999년 64억5천만달러에 미국 포드사에 넘어갔으나 해외 고급 브랜드를 매각하고 핵심 브랜드에 집중한다는 포드사의 전략에 따라 중국 업체에 또다시 매각되는 처지가 됐다.
중국은 지난 10월에는 미국의 상징인 제너럴모터스(GM)의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허머(Hummer) 브랜드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텅중(騰中)중공업은 허머 전체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나머지 20%는 홍콩 투자사가 보유하는 방식으로 1억5천만달러(한화 1천8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계약에 서명했다. 허머 인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미국 자동차 사업체를 사들인 첫 번째 사례여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올해 초에는 디젤엔진 제조사인 웨이차이가 프랑스의 엔진제조업체를 인수했다.
2005년에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했으나 인수 4년 만인 올해 1월 사실상 쌍용차 경영에서 손을 떼고 철수했다.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된 결과 쌍용차의 첨단기술이 상하이차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애초부터 중국이 회사 경영보다는 기술 빼가기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중국은 해외 자동차제조사가 자국 시장에 진출할 때 중국 회사와의 합작법인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 역시 선진 기술의 자국 이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올해 1천350만대 규모에서 내년에는 1천500만대로 11% 이상 성장해 미국을 제치고 2년 연속 판매 1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자국 업체 점유율은 27%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자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고급화와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상하이(上海)모터쇼에는 이치(一汽), 상하이차(上汽), 둥펑(東風), 장안(長安), 광저우차(廣汽), 베이징차(北汽) 등 6대 업체들이 모터쇼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나타나 위세를 과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건국 60주년 기념식이 열린 10월 1일 국산 브랜드의 자부심으로 꼽히는 이치(一汽)그룹이 생산한 최고급형 "훙치(紅旗)"HQE를 타고 인민해방군 부대를 사열했다. 홍치HQE는 판매가가 300만위안(약 5억2천만원)이 넘는 최고급 승용차로 TV 방송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올해 초 자동차산업진흥계획을 통해 승용차 시장의 자국 업체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소형 승합차와 승용차를 포함한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5월에는 창펑차(長風汽車)와 광저우차간의 인수합병(M&A)을 승인하는 등 자국 기업간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이미 자동차 생산대국은 됐지만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해 자동차 강국은 아니었다"면서 "중국의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공격적인 전략을 통해 자동차 강국으로의 부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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