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해외 수출에서 가장 재미를 못 봤던 곳은 러시아인 것으로 집계됐다. 실물 경기가 하락하면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못해 자동차 시장 규모가 반 토막이 난 점이 수출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내년에는 러시아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자동차 산업 부양책을 쓸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지 실물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내년에도 국내 업계의 대(對) 러시아 수출이 올해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러시아와 일부 동유럽 국가를 포함한 이른바 `유럽 기타" 지역에 수출한 자동차 대수는 8만8천547대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수출 대수인 37만8천395대에 비해 77%나 주저앉은 물량이며 수출량을 권역별로 따져 봐도 가장 하락폭이 큰 수치로 파악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세를 기록했던 점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유럽 기타 지역에서의 판매 부진은 사실상 동유럽 최대인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침체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1월 268만9천241대가 팔렸던 러시아 시장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133만7천7992대가 판매되는 데 그쳐 그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현지 실물 경기가 악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급감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 금융이 위축된 데다 차량 구매시 금융지원을 해 주는 정부 시책이 소형 저가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점도 전체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침체에 빠지게 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내년 러시아 시장은 긍정적ㆍ부정적 요인이 함께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에 러시아 시장은 올해보다 13.7% 증가한 174만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올해 시장이 위축된 규모를 감안하면 그다지 크지 않은 상승폭에 해당한다.
현지 정부가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주는 `폐차 인센티브 제도"를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점, 저가차 중심의 자동차 금융지원 대상을 좀 더 넓힌 점 등은 시장이 회복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년에도 유가 상승폭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러시아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현지 자동차 시장이 완연히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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