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캠리는 세계시장 출시 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대수가 1,200만대가 넘는 토요타의 대표적인 중형 세단이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전략차종이기도 하다. 캠리의 국내 출시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이들은 한국에서도 놀랄만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그 예상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캠리를 앞세운 토요타는 국내 시장 진출 2개월만에 수입차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있는 6세대 캠리 2.5 XLE을 탔다.
▲디자인
캠리의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날개 모양의 그릴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오묘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가운데를 대칭으로 끝부분이 위로 솟은 그릴의 형태는 날렵하면서 역동적이다. 그릴 위에는 토요타 엠블럼이 들어간다.
캠리의 디자인 컨셉트는 ‘리프레시’다. 캠리를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지도록 만들었다는 의미다. 최근의 역동적인 트렌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라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무난하되 격이 떨어져 보이지 않는 외관이다. 일본의 고집스러운 ‘단순함’이 묻어 있다. 그래서 북미시장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15mm, 너비 1,820mm, 높이 1,465mm다. 북미 소비자 취향에 맞춰 동급의 어떤 차보다 크기면에서 뒤지지 않도록 개발했다. 특히 뒷모양에서 풍기는 볼륨감과 중후함이 차를 커보이게 한다.
리프레시 디자인 컨셉트는 실내에도 철저히 반영했다.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게 디자인한 인테리어에서 그 특징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국산차, 수입차할 것 없이 각종 편의장치 장착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캠리는 그런 경향을 최대한 억제했다. 실내공간은 여유롭다.
센터페시아 위에는 디지털 시계가 들어간 에어벤트가 있고, 그 아래로 좌우 각각 5개의 버튼이 위치한 내비게이션 모니터와 공조장치가 있다. 가장 정형화된 형태다. 세계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정형화" 덕분이다. 그 만큼 ‘파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일부에선 수입 세단의 인테리어라고 보기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을 내놓지만, 필요한 건 모두 충실히 갖췄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토요타 OEM 방식의 내비게이션이다. 해상도가 떨어진다. 앞좌석 우드그레인도 어색하다. 여기저기 들어간 원가절감형 플라스틱 소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야간에 켜지는 내부장치 조명도 불만이다. 블루&그린 계열로 청량한 느낌을 주지만 조명이 배경식으로 적용돼 각 장치의 버튼 텍스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중앙에는 각종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컨트롤 스위치가 다양하게 부착돼 있다. 계기판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가죽시트를 채용했으며, 앞쪽은 전동식 위치조절 기능을 넣었다. 뒷좌석은 6대 4 분할폴딩 방식이다. 시트 열선은 앞좌석에만 들어간다. 온도를 조절할 수는 없고 온/오프만 가능하다.
▲성능
엔진은 4기통 2.5ℓ 가솔린을 얹었다. 토요타차답게 소음 스트레스는 거의 느낄 수 없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천천히 가속 폐달을 밟았다. 무리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여기서도 캠리의 특징이 나타난다. 무난한 느낌이 그 것이다. 그러나 평소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출발할 때 답답할 수도 있겠다.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서도 캠리는 역동적인 주행보다는 편안한 달리기가 어울리는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시속 100km까지도 차는 매우 조용하다. 그러다 시속 120km 이상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전면 에어실드로 들어오는 풍절음이 토요타차답지 않을 정도다.
승차감은 일본차답게 부드러운 편이다.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인만큼 안락하다. 서스펜션이 어지간한 잔진동을 모두 흡수해 몸으로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요철 상황에서도 충격흡수력이 뛰어나다. 덕분에 무게감도 느껴지지만 핸들링을 손실보는 만큼 고속 코너링 상황에서 차체가 살짝 밀린다.
스티어링의 응답성은 빠른 편이다. 캠리의 컨셉트인 여유롭고 편안한 주행에 맞는 조작성을 보여준다. 제동력도 우수하다.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은 너무 민감하지도 둔하지도 않다.
▲총평
단어 하나로 캠리를 설명한다면 ‘정말 무난한 차’다. 디자인도, 성능도 다른 차에 비해 확연히 뛰어난 면은 없다. 반대로 설명하면 꼭 짚어야 할 단점도 없다. 자동차라는 기계장치의 기본에 충실한 차다. 바로 캠리의 경쟁력이다. 그래서 세계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국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 판매가격도 3,490만원으로 파격적이다. 국산차와 가격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덕분에 캠리는 토요타의 초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토요타의 공급전략에 따라 국내에 충분한 물량을 뿌리지 않는 점이다. 너무 많이 팔려도 부담스럽다는 게 토요타의 행복한 고민이다. 3.5 모델을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 렉서스 ES350과의 판매간섭을 우려해서다. 그래도 국내에서 캠리의 진가를 보여주는 건 물론 혼다 어코드와 맞대응하기에는 3.5가 제격이 아닐까 싶다.
시승 /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