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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심마을에 자리한 독락당 |
경인년 새날이 밝았다. 전국 이름난 해돋이 명소에는 혹한에도 아랑곳않고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장엄한 일출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옛사람의 발자취를 찾아가보자.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 곳에 가면 차가운 겨울바람 속을 뚫고 다가오는 명징한 가르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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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택 경청재 |
해맞이마을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에서 가까운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옥산서원과 독락당이 있다. 동방 5현의 하나로 꼽히는 회재 선생의 높은 학문과 덕을 느낄 수 있는 그 곳에는 명필로 이름난 아계 이산해, 석봉 한호, 추사 김정희의 친필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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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산정사라고도 하는 독락당 |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은 조선 중종 때의 이름난 유학자다. 1514년(중종 9년) 문과에 급제한 이래 이조정랑, 사헌부 장령, 밀양부사 등의 여러 관직을 거쳐 1530년에는 사간이 됐다. 하지만 김안로의 등용을 반대하다 모략을 받아 한양에서 쫓겨나 경주 자옥산에 은거하게 됐다. 그 때 머물렀던 서재 겸 사랑방이 독락당(獨樂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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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락당 계정의 토담 살창 |
"홀로 즐긴다"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회재는 이 곳에 홀로 은거하며 자연을 벗하고 학문에 전념했다. 이후 6년간 성리학 연구에 집중해 완숙한 학문을 일궈낸 회재는 1537년 다시 관직에 올라 직제학을 역임하고 여러 관직을 두루 지낸다. 그러나 을사사화가 일어나 다시 관직에서 물러나게 되고, 1547년(명종 2년) 양재역 벽서사건에 연루돼 강계(江界)로 귀양을 가 세상을 하직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구인록》《대학장구보유》《속대학혹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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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변루. 현판글씨는 한석봉의 솜씨다 |
옥산서원은 회재 선생이 세상을 뜬 지 20년 후 건립된 사액서원이다. 회재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추모하기 위해 1573년(선조 6년) 경주부윤이었던 이제민이 안강고을의 선비들과 더불어 독락당 아래에 사당을 세우고 사액을 요청, 1574년에 "옥산"이란 편액과 서책을 하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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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산서원 경각 |
세월을 몸에 새긴 늙은 향나무가 곳곳에 눈에 띄는 옥산서원은 정문인 역락문을 들어서면 누각 무변루가 나타나고, 계단을 오르면 마당이 펼쳐진다. 그리고 옥산서원의 중심건물이랄 수 있는 구인당이 정면에 자리하고, 그 좌우에 원생들의 기숙사격인 민구재, 암수재가 위치한다. 회재 선생의 사당인 체인묘는 그 뒤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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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산서원 현판. 추사선생의 글씨다 |
정면 5칸, 측면 2칸의 강당인 구인당을 눈여겨보면 명필들의 친필이 곳곳에 있다. 구인당의 "구인(求忍)"은 회재 선생 학문의 핵심을 나타내는 사상으로, 한석봉의 글씨다. 정면에 보이는 "옥산서원"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추사 글씨의 현판 뒤에는 아계 이산해가 쓴 "옥산서원" 현판이 걸려 있다. 이산해는 토정 이지함의 조카로 영의정을 지냈고 명필로도 유명했다. 마주하고 있는 누각 무변루의 현판 글씨는 한석봉의 글씨다. 마치 당대 명필들의 서예전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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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 내 향나무 |
옥산서원 뒤쪽 700m 떨어진 곳에 회재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독락당이 있다. 서재 겸 사랑채인 독락당과 계정을 비롯해 종손이 사는 살림집이 있다. 일명 옥산정사라고도 하는 독락당은 낮은 단 위에 세워진 정면 4칸, 측면 2칸의 건물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건물로 꼽히는 독락당의 계곡쪽에는 절벽에 걸쳐져 지어진 정자와 살창으로 뚫린 담장이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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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나무를 배려한 담장 |
독락당은 토담에 좁은 나무로 살을 대어 만든 창을 달아 대청에서 살창을 통해 앞계곡의 냇물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정자의 대청마루에서도 맑은 시내와 아름다운 바위는 물론 달빛에 부서지는 물여울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구조인가. 그래서 독락당은 지금도 그 과학적이고도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움을 배우려는 건축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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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림을 지나서 |
독락당이 자리한 세심마을은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팜스테이마을로 지정돼 있다. 독락당에서 고택 체험도 할 수 있고, 역사체험 탐방코스도 마련돼 있다. 유서 깊은 독락당에서 한 해를 설계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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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적 선생의 신도비각 |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영천IC에서 빠져 나와 포항 방면 국도 28번을 탄다. 안강읍내 못미처 옥산리에서 북쪽으로 3km 들어가면 옥산서원이다. 서원에 다다르기 전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가면 세심팜스테이마을을 지나 세심마을 독락당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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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 주변 풍경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