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인년은 호랑이 해다. 호랑이는 민족 정서에 비춰볼 때 매우 신성시 되는 동물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우리 속담에는 유독 호랑이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직접 들어가야 한다" 등이다. 그런데 이들 속담에는 올해 한국 자동차산업에 비유될 수 있는 내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먼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의 경우 쟁쟁한 일본과 독일 수입 업체들의 활발한 진출을 의미한다. 게다가 한국과 유럽연합 간 자유무역협정 발효가 임박해 있어 다양한 수입 브랜드의 진출길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도 활발한 사업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FTA 체결에 따른 무역장벽 해소는 국내 시장에 더 많은 해외 업체의 진출을 끌어낼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미 진출이 예견된 일본 업체의 추가 상륙도 잇따를 전망이다. 마쓰다와 스바루 등이 대표 주자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은 그간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뒷짐 진 채 이른바 "배짱 장사"를 하던 국내 업체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편하게 장사하던 시절은 끝나고 비슷한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실제 토요타의 경우 물량만 받쳐 주면 국내 업체의 위협도 가능하다. 애국심에 호소하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은 이제 서서히 사라져 가는 셈이다.
그러나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제 아무리 수입 브랜드 경쟁력이 확대된다 해도 정신 잘 차리고, 대응 잘 하면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실제 국내 업체들이 부품 협력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데는 수입 제품과의 경쟁력을 염두에 둔 전략이 깔려 있다. 부품 업종의 경쟁력 강화로 완성차 상품성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입 제품의 높은 완성도가 국내 업체의 자극제로 작용, 그에 상응하는 제품이 나오는 것은 정신을 차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동시에 "호랑이 굴"에 직접 들어가기도 한다. 기아차가 미국 조지아 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고, 중국의 경우 생산량을 두 배 가량 늘리기로 했다. 인도와 유럽 등지의 현지 공장도 활발히 가동 중이다. 비좁은 내수 시장보다 넓은 시장을 위해 현지 시장, 즉 "호랑이 굴"로 들어가 선진 메이커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토요타의 경우 국내 현대기아 등을 경쟁자로 지목하면서 해외 곳곳에서 접전을 펼치는 중이다. 호랑이 새끼 정도로 여겼던 한국이 이제는 자동차 산업에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는 어엿한 어른 호랑이로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2010년 경인년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 일본의 견제는 이미 시작됐고, 북미의 경우 빅3의 애국심이 서서히 되살아 나고 있다. 반면 내수 시장은 수입 브랜드의 공세로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막강한 호랑이들이 영역을 지키기 위해 성장하는 호랑이에게 싸움을 걸어 오는 형국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일본과 독일, 미국 호랑이들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자면 생산성 향상이 필수다. 올해는 다행히 파업 없이 마무리됐다 해도 뇌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나친 가격 상승으로 멀어지는 국내 소비자의 마음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역으로 보면 경인년은 새롭게 떠오르는 한국 호랑이의 기세와 용맹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는 작지만 한국 호랑이가 몸집은 제일 크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기세와 용맹으로 부딪치되 전술을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하면 한국은 자동차산업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그것도 세계의 중심으로 말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 없으니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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