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 수묵화처럼 끊이지 않는 설경

입력 2010년01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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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설경.
수묵화가 따로 없었다. 103년만의 폭설이 서울에 쏟아지던 날, 충북 단양에도 보기 드문 많은 양의 눈이 내렸고, 눈 속에 찾아간 구인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두루마리 수묵화였다.



퍼붓듯이 내리는 눈 때문에 대중교통편은 끊어지고, 절집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세상이 온통 눈천지. 검은 먹으로 기운차게 그려낸 듯한 산줄기를 따라 눈을 이고 선 나무들이 감탄할 만큼 멋진 수묵화 속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구인사 주차장에 이르는 동안 워낙 무섭게 퍼붓는 눈의 기세에 눌려 미처 그 풍광엔 눈길조차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제설작업으로 분주한 절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눈 속에 묻혀버린 진입로를 따라 절집으로 오르며 생각했다. 이런 날씨라면 구인사 스님들은 꼼짝도 못하겠군. 소백산 연화봉 골짜기를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층층계단식 구조의 구인사를 알기 때문이다.



대조사전.
그 때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벌목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낡고 큰 트럭이 눈으로 뒤덮인 언덕길을 순식간에 올라오고 있었다. 뒤쪽 바퀴에는 쇠사슬 체인이 칭칭 감겨졌다. 와. 절그럭거리는 바퀴소리만큼이나 무지막지한 드라이빙이다.



눈 속에 묻혀 정적에 빠져 있으리라 생각했던 절집은 마치 잔칫날처럼 시끌벅적했다. 수십 명이 넘는 젊은 청년들이 쏟아져 나와 눈이 쌓이기 무섭게 치워내고 있었다. 쇠사슬 체인을 감았던 낡고 큰 트럭 짐칸에는 금방금방 눈이 그득 쌓였고, 눈을 실은 트럭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찰답게 제설작업도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사리탑.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는 전국에 140개나 되는 절을 관장하고 있다. 1945년 상월원각 스님이 삼간초암을 지어 정진하며 구인사를 창건했는데 짧은 기간 크게 발전해 지금은 전국 굴지의 사찰이 됐다. 총 건축면적 1만5,014㎡의 현대식 대가람으로, 절 안에는 5층 대법당을 비롯해 삼보당, 설선당, 총무원, 인광당, 장문실, 향적당, 도향당 등 50여 동의 건물이 경내를 꽉 메우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목조건물인 대조사전이 지어졌다. 특히 5층 대법당은 동시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법당이다. 높이 33m, 넓이 900평에 이른다.



으...춥다!
이 밖에도 135평의 목조 대강당인 광명당, 30칸의 수도실인 판도암, 18칸의 특별강원인 설선당, 400평의 3층 건물인 총무원청사, 60평의 사천왕문과 거기에 안치된 청동사천왕상 등은 보통 절집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부엌격인 향적당도 3층 건물이다. 1층은 공양을 짓는 곳이며, 지어진 공양은 2층과 3층 식당에서 먹는다.



그런 만큼 구경거리도 많다.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간, 장독대에 가득한 고추장, 된장단지가 줄지어 있는 모양도 구경거리다. 2만ℓ에 가까운 보일러실의 기름저장용량 등을 보면 구인사의 규모와 내왕하는 신도들이 얼마나 많은 지 짐작이 간다.

절집 안의 우편집중국.


가장 위쪽에 자리한 대조사전에 오르면 구인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향적당 옆으로 뚫린 지하계단을 올라 건물을 이리저리 돌아서 대조사전 앞에 서면 황금기와가 눈부시다. 갖가지 동물 형상을 한 오색등이 조사전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황금기와 위에도 오색등 위에도 순백의 눈송이가 가득하다. 시야를 돌리면 저 멀리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절집의 먹빛 지붕 위도 하얗게 눈이 앉았다. 기막힌 구인사의 설경이다.



조사당으로 오르는 계단.
*맛집

절집 아래 향토음식 군지정업소인 금강식당(043-423-7350 )은 향토음식 기능보유자가 손맛을 자랑한다. 단양읍내로 나가면 돼지고기 오소리감투, 올갱이해장국 등으로 소문난 맛나식당(043-421-1302) 등이 있다.



인광당.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에서 빠져 단양읍내로 들어간다. 33번 지방도를 타고 영춘 방향으로 향한다. 향산 - 595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구인사 주차장에 이른다.



일주문.
중부고속도로 음성IC를 이용할 경우 충주 - 단양에서 33번 지방도를 타고 20km 가면 영춘교가 나온다. 이 곳에서 우회전해 1km 지나 남천교를 건너 2km 가면 구인사 주차장이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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